맛있는하루2010. 4. 26. 15:05
동해안을 바라 보고 있는 해수관음상.

속초를 들린 김에 낙산사의 새 모습을 볼 겸 낙산사로 향했다.

낙산사는 671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절로 1340여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오래된 사찰. 오랜 역사만큼이나 화재가 많이 발생한 기록을 가지고 있는데 가장 최근에 발생했던 화재가 바로 2005년 4월 5일 식목일에 난 화재다. 주변에 난 산불이 낙산사로 옮겨 붙으면서 원통보전을 비롯한 10여 채의 전각이 완전히 소실되었으며 보물 479호였던 동종은 아예 녹아 내렸다.

그 이후 낙산사는 17세기 후반 김홍도의 낙산사도와 같은 가람 형태로 사찰을 복원하기로 하고 4년간의 복원 공사를 진행했고 작년 10월에 준공식 격인 회향식을 가지고 복원을 마무리 해 예전 모습을 어느 정도 되찾은 듯 했다.

화재로 인해 동종이 소실되는 모습의 조형물.

홍예문 옆의 낙산사 지도.

오랜만에 찾은 낙산사는 예전과 달리 정문으로 들어섰다. 버스를 타고 오면 후문으로 들어오곤 했는데 일주문을 거쳐 주차장에서 올라오는 기분은 예전과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올라가는 길에 있는 동종이 불타버린 모습의 조형물까지 있어 괜시리 숙연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무지개 모양의 석문인 홍예문.

차를 세우고 걸어가니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낙산사 입구에 있는 홍예문이었다. 1467년에 만든 것으로 당시 강원도의 각 고을에서 하나씩의 석재를 가져와 무지개 모양으로 쌓아 만들었다고 한다. 홍예문 위에 있는 누각은 1963년에 추가로 세운 것으로 산불 때문에 소실되어 새로 복원한 것. 홍예문의 둥근 모양 때문인지 들어가는 길이 제법 아름다워 보였다.

홍예문을 들어서면 낙산사 전경이 보인다.

사천왕문을 향해 올라간다.

소실된 동종 대신 새로운 동종이 있다.

홍예문을 들어서면 넓은 낙산사의 전경이 눈에 들어오는데 나무들의 울창한 느낌이 사라진데다 가운데 공터에 소방차 한 대가 서 있어 화재의 상처가 가시질 않는 듯 했다.

아직 공사가 덜 끝난듯한 사천왕문과 빈일루, 응향각 주변을 지나가자 다른 절의 대웅전 격인 원통보전이 나왔다.

원통보전 앞의 담장.

기와와 흙을 쌓으면서 화강석을 사이에 박은 담장.

원통보전을 둘러싼 담장은 낙산사의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중 하나다. 처음 낙산사를 찾아왔던 이유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소개된 이 원통보전의 담장 때문이었다. 일반적인 담과 다르게 기와와 흙을 차례로 다져 쌓으면서 벌꽃무늬 화강석을 사이에 박아 무늬가 있는 담장으로 만들어 독특하다 못해 예쁘다고 할 수 있다. 담장을 찍기 위해 뒷걸음질 치다가 계단 아래로 떨어질 뻔 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아찔한 높이였다.

원통보전 안으로 들어가면 가운데에 낙산사 7층 석탑이 자리하고 있다.(보물 499호) 석탑은 산불이 났을 때 상층부 일부를 훼손했으나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아 옛 모습 그대로였다.

낙산사 원통보전.

낙산사 7층 석탑. 화재에도 많이 손상되지 않았다.

원통보전을 나와 산불로 휑한 “꿈이 이루어지는 길”을 지나면 해수관음상과 동해바다를 내려다 볼 수 있다. 해수관음상은 동양최대규모로 활짝 핀 연꽃 위에 서 있으며 왼손에는 감로수 병을 들고 있는 모습이다. 해수관음상에서 바라보는 동해안 전망은 일품. 바다를 향하고 있는 벤치에 앉아 있으면 일어나고 싶지 않을 만큼 풍경이 아름답다.

관음보살상에서 바라보는 동해안.

멀리 의상대가 보인다.

관음전 지붕에 있는 연못.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있는 관음전.

안을 들여다보면 관음보살상이 보인다.

해수관음상의 정면에는 동전을 던지는 연못이 하나 있는데 이 곳은 아래의 관음전과 연결되어 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 관음전 앞에 서면 관음전의 정면에 해수관음상이 보이는 기가 막힌 구조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해수관음상이 있는 곳으로 다시 올라오니 조그만 자판기에 커피무료라는 글씨가 번쩍 들어왔다. 알고 보니 낙산사 내에 있는 모든 커피자판기는 무료라고.

낙산사의 커피는 무료. 뽑는 동안 조고각하의 속 뜻을 음미해 보는 것도 좋다.

커피 한 잔을 뽑으면서 기다리는 동안 커피자판기 지붕에 있는 조고각하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보통 사찰의 법당이나 승방의 신발 벗어놓는 댓돌 위에 써 있는 글귀인데 뜻밖의 위치에서 발견하게 되어 놀랐다. 이 글귀는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네 발 밑을 보라”는 의미인데 “네가 서 있는 곳이 어떠한지, 그 자리를 돌아보고 자신의 마음을 살피라”는 속뜻을 가진 좋은 말이다.

해수관음상에서 걸어 내려와 보타전을 둘러보았다. 보타전은 천수관음상, 칠관음상 등 모든 관음상이 봉안된 곳. 최근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영정사진이 있어 자세히 들여다보는 사람이 많아진 듯 했다.

보타전에서 후문쪽으로 향하면 홍련암과 의상대가 있는데 한참을 돌아가야 하는 길이라 보타전까지만 보고 홍예문으로 돌아 나왔다. 이미 주차장과 원통보전을 두 차례 왕복해서 힘들기도 했고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적당히 남겨두면 다음에 또 찾아오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부처님오신날이 얼마남지 않아 등이 많이 달려 있다.

홍예문으로 나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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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느릿느릿느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