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아프리카2010. 5. 20. 15:13
바르셀로나 구시가는 여느 유럽과 비슷하다.

유럽의 소매치기와 사기꾼은 상상을 초월하는 실력을 뽐낸다. 도저히 우리나라에서 쉽게 일어나지 않는 일들을 종종 접하게 되는데 잠깐 방심할 때 생긴 일들에 대해 얘기하려고 한다.

눈 감으면 코 베어 간다고 했던가.

유럽 소매치기와의 첫 만남은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서였다. 루브르 박물관은 워낙 면적이 넓고 볼거리가 많은 곳이라 한 번에 다 보지 못해 다시 들르게 되었는데 3번째 찾았을 때 지하의 박물관 인포메이션 앞에서 소매치기를 만났다. 그 날은 소매치기 당하기 전부터 안 좋은 일이 계속 생겨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는데 인포메이션에 들러 잠깐 대화를 하고 나와 지갑을 봤더니 원래 지갑이 있던 주머니는 비어 있었다.

긴 시간도 아니었고 아주 잠깐이었는데 어느 순간 남의 주머니가 되어 있었던 셈이다. 워낙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이라 범인이 누구인지 감을 잡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갑엔 약간의 유로화와 원화, 상품권이 있었는데 가장 아까웠던 건 지갑 속에 들어있던 사진 한 장. 지금 생각해도 가슴 아픈데 그 때는 오죽했으랴. 기분이 좋지 않아 경계를 소홀히 한 탓인 듯 했다.

그러고선 한 번 당한 기억 때문인지 유럽 여행 중에는 항상 조심조심 다니게 되었다. 현금은 최대한 적게, 주머니 중에서도 가장 깊숙이 분산해서, 꼭꼭 잠그고 다니게 되었는데 스페인 여행에서는 달랐다.

카탈루냐 음악당.

콘서트를 보고 싶지만 시간 관계로 패스.

프레데릭 마레스 미술관 앞.

카테드랄의 벽.

이번 스페인 여행에선 이 정도로 해도 위험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눈 뜨고 있어도 코 베어 가는 그런 일을 두 번씩이나 겪다니.

바르셀로나의 중심가인 그라시아 거리에서 가우디의 건물에 푹 빠져 있다 식사시간이 되어 가까운 맥도날드를 찾았다. 유럽 여행 중에는 잘 들리지 않는 곳이 패스트푸드점인데 그 날은 봐야할 것들이 많아 가볍게 햄버거로 식사를 해결하려고 했다.

햄버거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뭔가 이상한 낌새가 들었다. 가만보니 가방이 슬금슬금 뒤로 밀려나가고 있는게 아닌가. 뒤를 돌아보니 뒷자리에 앉은 중년의 아저씨가 우산을 가방 손잡이에 건 다음 당기고 있던 중이었다. 눈치를 채고 아저씨에게 뭐라고 한마디 했더니 양손을 들면서 아무 일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으흠~ 어처구니가 없음에도 대화는 안되고 계속 쳐다봤더니 그냥 유유히 매장을 걸어 나가더니 도망가 버렸다. 사람이 빤히 앉아 있는데 가방을 훔치려 하다니 보통 아닌 수법이었다.

산 자우메 광장.

구시가 거리를 걸으면 다른 곳과 다른 분위기가 난다.

또 하나의 가우디 건물. 구엘 저택.

람블라스 거리.

하지만 다음 날 일어난 사건에 비하면 이 정도는 약과다.

피게레스에서 바르셀로나를 거쳐 발렌시아까지 이어지는 장거리 운전을 하는 날이라 식사는 휴게소에서 할 마음으로 고속도로 휴게소를 들렀다.

식사 하기 전 이동 거리를 체크할 겸 차를 세우고 차 안에서 노트북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잠시 후 남자 두 명이 탄 차가 슬금슬금 옆으로 다가오더니 차 옆에 바짝 붙여 잠깐 문을 열고 멈칫하고 있어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부딪혔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 칸 떨어진 옆 자리에 주차를 하더니 내 차의 바퀴가 터졌다고 알려주었다.

내려서 확인해 보니 타이어는 이미 주저앉은 상태. 우리나라 같았으면 긴급출동을 부르고 교체하면 끝날 일이지만 렌터카였고 전화번호도 모르고 고속도로 중간의 완벽한 시골마을이니 정비소도 없고, 직접 가는 것 외엔 달리 방법이 없었다.

타이어를 바꾸고 다음 휴게소에 들러서야 맘에 놓였다.

하지만 타이어를 직접 갈아본 적은 그 동안 한 번도 없으니 도움을 받아야 했는데, 타이어가 터졌다고 알려준 두 남자는 계속 근처에서 서성거리는 모습이 좋지 않아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하고 차도 사람들이 더 많은 주유소 근처로 옮겼다. 그런데 잠시 후 두 사람은 자기 차로 쫓아와 다시 옆에 세우는 게 아닌가. 차를 세운 장소는 주유기 쪽도 아니고 주유소 직원용 주차구역이었는데 말이다. 아무래도 빈틈을 노리고 뭔가 훔치려는 행동으로 보였다.

거기서 끝은 아니었다. 다른 사람 도움을 받아 타이어를 갈아 끼우는 동안에도 옆에 서 벗어나질 않았다. 타이어를 다 갈고 나서 도와준 사람에게 고맙다고 얘기를 하고 있으니 그제서야 혼잣말을 하며 자기 차로 돌아갔다. 처음에 차를 옆에 세우고 문을 살짝 열고 아래를 본 것은 타이어를 터뜨리기 위한 수법이지 않았나 싶었다.

연 이틀 그런 일이 있고 나선 아주 민감해지기 시작했다. 근처에 사람만 다가오면 슬쩍 피하게 되었다고 할까. 물론 여행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 타이어 교체를 도와준 분도 그렇다. 하지만 유럽 여행에선 잠깐이라도 방심하는 순간 그걸로 끝난다. 무조건 조심하는 수 밖엔 없다.

스페인 여행에선 그것 말고도 두 가지를 더 깨달았다. 하나는 스페어 타이어로 교체한 차를 발렌시아 공항에서 다른 차로 바꿨는데 영업점이 많은 AVIS에서 빌린 차라 큰 문제는 없었다. 장거리 렌터카 여행에선 영업점 많은 렌터카 회사가 좋다. 또 하나는 타이어를 혼자서도 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단 하루 같이 했던 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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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느릿느릿느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