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하루2010. 7. 18. 07:30
총 길이 932미터의 김녕미로공원.

영국의 리즈성에 갔을 때였다. 성에서 오랜 시간 구경하고 나서 정원으로 갔더니 뒤늦게 미로공원을 발견했다. 성 빼곤 다른 볼거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너무 여유부린 탓에 셔틀버스 출발시간에 쫓기기 시작한 시간인지라 볼 수 있을까 고민되었다. 가운데 도착지점에 서서 구경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금방 미로를 지나갈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미로 속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10분을 걸었는데도 끝은 보이질 않았다. 나름 공간 인지 능력은 있다고 자부했는데 이건 뭐 답이 나오질 않았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맘이 급해서였다. 빨리 가야 한다는 생각에 빠른 걸음으로 갔지만 제자리 걸음만 걷고 있었다. 차를 놓칠 수 없으니 그냥 포기. 다음 번에 오게 되면 꼭 풀겠다는 숙제를 안고 왔다.

제주에도 이런 미로공원이 있다. 규모 면에서는 리즈성의 미로공원보다 규모 면에서 크고 지도도 잘 짜여 있는 곳이다.





쉬울 것 같은데도 쉽게 빠져 나오질 못한다 .

제주대학교에서 퇴직한 미국인 더스킨 교수가 정년퇴직을 한 다음, 제주도에 정착하고 싶어 미로공원을 계획했고 1983년부터 직접 땅을 파고 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미로공원의 디자인은 영국의 유명한 미로 디자이너 애드린 피셔의 작품. 미로를 구성하는데 3년 가량의 시간이 소요되었고 1987년부터 어린 레일란디 나무를 심어 현재의 모습이 되었다. 미로의 총 길이 932m, 입구에서 출구까지 최단 거리는 190m다.

이곳의 미로도 쉽지 않다. 미로 속만 들어오면 답을 찾질 못하는 듯 했다. 다른 사람들이 다 도착해서 종을 치고 있는데도 미로 속에서 헤매고 있는 모습이 공간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바보가 된 모습 같았다. 그나마 전망대 위에서 길을 알려줘서 길을 찾았지, 아니었으면 그날 내내 헤매고 있지 않았을까?

미로로 들어가는 입구. 고생길의 시작이다.

사람 키보다 높아 다 똑같은 길로 보인다.

다행히도 나오는 길은 다리로 이어진 출구가 별도로 있어 헤맬 필요가 없었지만 리즈성의 미로공원은 출구도 따로 없었다. 다시 미로 속을 헤집고 나와야 한다. 가만 생각해보면 그날 끝까지 도전해서 들어갔더라면 나오는 데도 무척 오래 걸렸을 듯싶다.

참고로 김녕미로공원은 제주도 모양과 동서남북 방향까지도 똑같이 만들었다고 한다. 미로 안에는 뱀, 말머리, 난파된 배, 고인돌, 태극 문양도 숨겨져 있으니 전망대에 올라 찾아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가 될 수 있다.


할로윈 직전에 방문해서인지 호박이 놓여 있다.

미로가 그려진 지도를 봐도 막상 들어가면 찾기 어렵다. 입장료는 3,3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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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느릿느릿느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