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오세아니아2010. 11. 30. 00:00
케아 포인트로 올라가는 길.

뉴질랜드 여행을 하면서 멋지고 아름다운 풍경만 기억에 남는 건 아니다. 풍경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누구와 함께 했냐는 것. 이번 뉴질랜드 여행에서 특별했던 순간을 꼽으라면 아이와 함께 마운트 쿡의 케아 포인트까지 오른 것이다.

케아 포인트는 마운트 쿡의 트래킹 코스 중 가장 짧은 코스다. 가족과 함께한 여행이 아니었다면 왕복 7시간 거리의 뮬러 헛까지 걷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아이를 데리고 거기까진 가는 일은 애당초 포기했던 일이니 나름 정해둔 코스가 케아 포인트였다.

그나마도 책에 나와있는 코스대로라면 완만해 걷기 어렵진 않지만 2시간 걸리는 거리인지라 최대한 가까운 곳까지 차로 이동한 다음 오르는 것으로 길을 선택했다.

왼쪽 위의 둥근 점이 케아 포인트, 왼쪽 끝이 뮬러 헛이다.


마운트 쿡 빌리지 뒤편의 마운트 실리.

사실 이것도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아이를 안고 다닌 부모들은 알겠지만 13Kg이나 되는 아이를 팔에 안고 한 시간을 걷는다는 건 13kg짜리 배낭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행여나 발을 헛디뎌 미끄러지면 나뿐 아니라 아이까지 다치게 되니 한발 걷는 일도 조심스러워졌다.

하지만 이날은 어찌된 일인지 바람이 매섭게 몰아쳤다. 원래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 아닌데 날씨가 좋지 않은 탓인지 한발을 내딛는 것 자체가 힘든 정도의 바람이 불었다. 바람에는 산 위에서 날려온 눈까지 섞여 있어 심하게 불 땐 눈보라를 맞는 기분마저 느껴졌다.




아래쪽은 비교적 완만하다.

그렇게 도착한 케아 포인트. 조그만 전망대를 만들어 놓긴 했으나 뛰어난 전망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날씨가 좋으면 마운트 쿡 정상을 정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곳이었으나 정상은 구름으로 덮여 있어 알아볼 수조차 없었고 바람도 심하게 불어 전망대에 놓여진 의자에서 앉아서 여유를 즐기지도 못했다.

아이와 왔다는 그 기쁨. 아주 잠깐 동안 사진에 담고서 후다닥 돌아서야 했다.







위쪽은 돌길이라 미끄러운 편.

아이를 안고 올라갈 때와 반대로 내려올 때는 목마를 태워 걸었다. 맞바람을 피하는 방법이라 머리를 쓴 것인데 아이도 무척 피곤했는지 목마를 탄 자세 그대로 잠이 들었다.

나중에 크면 고생해서 데려간 것을 알지도 못하겠지만, 케아 포인트까지 함께 할 수 있어서 더 없이 행복한 순간으로 기억되지 않을까 싶다.

케아 포인트에서 본 마운트 쿡 정상. 구름으로 가려져 있다.


케아 포인트 아래는 뮬러 호수.

아이와 함께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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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느릿느릿느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