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팅힐 카니발의 퍼레이드.

런던의 8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면 유럽최대의 거리 축제인 노팅힐 카니발이다. 노팅힐 카니발을 보기 위해 8월 마지막 주 런던에는 매년 100만이 넘는 인파가 몰려든다고 하니 세계적인 축제라고 할 수 있다.

노팅힐 카니발은 1965년 카리브해 출신의 흑인 이주자들이 전통 복장을 하고 노래와 춤을 추면서 거리를 행진한 것이 축제의 기원이라고 한다. 그 이후에 타 지역 이주민들이 하나 둘 행사에 참여하면서 카니발이 더욱 커지면서 현재의 노팅힐 카니발이 자리잡게 되었다. 그런 유래 때문인지 노팅힐 카니발은 카리브해 출신의 흑인들이 카니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편이다.

공식적인 카니발은 8월 마지막 주 일요일과 월요일에 있는 퍼레이드를 말하지만 퍼레이드가 있기 한달 전부터 각종 쇼와 경연대회가 열리고 다양한 의상과 특수분장을 선보이는 행사가 열리기 때문에 한달 내내 축제의 분위기가 이어진다.

노팅힐 카니발의 또 다른 볼거리인 기마 경찰. 모델로 인기가 많다.

2005년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런던에서 있었던 버스 폭탄테러로 인해 사람들이 붐비는 노팅힐 카니발이 대폭 축소되어 진행되기도 했다. 아무래도 큰 축제이다 보니 테러 노출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기 마련인데 올해 또 미국 행 항공기 테러가 적발되어 축소 논의가 있었다 한다. 다행히 카니발은 예년처럼 열기로 했지만 다양한 이주자들이 함께 사는 영국의 고민이 묻어 있는 카니발이기도 하다.

2006년 카니발은 8월27일 토요일과 28일 일요일 이틀간 퍼레이드가 있었다. 일요일은 어린이들을 위한 카니발이고 월요일이 카니발의 메인 퍼레이드였다. 카니발의 라우트는 동일하지만 주로 참여하는 사람들이 일요일은 어린이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월요일은 어른들을 위한 카니발이라고 보면 된다. 아무래도 노팅힐 카니발이 신나는 이유는 신나는 음악과 열정적인 그들의 춤을 느낄 수 있는 것인 만큼 월요일이 제대로인 것은 분명했다.

노팅힐 게이트역에 내리면 수많은 인파를 접하게 된다.

이틀간의 카니발을 즐기기 위해서 어린이를 위한 퍼레이드가 있던 일요일에 퍼레이드가 있는 길을 따라 좋은 자리를 찾아 나서야 했다. 9시간 가까이 이어지는 퍼레이드를 어느 위치에서 보느냐는 카니발을 만끽하기에는 매우 중요하다. 노팅힐의 건물들은 모두 높지 않은 3층 건물들인데다 낮은 현관이어서 올라가서 볼만한 곳은 없고 카니발의 라우트를 따라 있는 펜스 앞이 가장 좋은 자리지만 그 좋은 자리가 쉽게 눈에 보일 리가 없다. 게다가 퍼레이드가 지나가는 길은 하루 종일 차단되어 있어서 눈에 보이는 자리가 있다고 해도 그곳으로 이동하기에도 쉽지 않다.

노팅힐 카니발을 편하게 볼 수 있는 팁은 따로 있다. 퍼레이드의 코스를 지도로 보면 U자 모양인데 사람들이 적은 곳은 역시 한참을 돌아가야 하는 U자의 안쪽 편이다. 쉽게 가는 방법은 U자 모양의 안쪽에 있는 웨스트번 파크역을 이용하면 된다. 역에서 내리면 북적거리는 노점들도 많아 색다른 별미를 맛볼 수도 있지만 카니발 라우트에 가까이 가면 듬성듬성 빈 곳들이 많이 보여 퍼레이드를 보기에도 제격이다.

화려한 의상으로 등장.

퍼레이드는 생각만큼 환상적이지는 않다. 9시간 가까이 이어지지만 한팀 한팀 시간을 주고 지나가기 때문에 바로 앞을 지나가는 순간은 음악 소리에 고조되다가도 지나가 버리면 다음 팀을 기다릴 때까지 뜨거운 한낮은 날씨에 지쳐버릴 지경이었다. 심지어는 퍼레이드 중간에 이동을 멈추고 식사를 하는 그들을 보면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 긴 시간 동안 카니발을 즐기는 사람들은 대부분 자리를 뜨지 않고 기다렸다. 카니발의 요란한 분위기에 눌린다고 할까.

노출이 심하다 싶지만 이 정도쯤은 보통.

라우트를 따라 움직이는 퍼레이드도 재미있지만 들뜬 분위기가 더 볼만하다. 역을 나오기 전부터 울리던 시끄러운 나팔 소리와 요란한 폭죽들은 카니발 때만큼은 소음으로 들리지 않았고 도로를 차지한 사람들 자체가 새로운 볼거리였다. 일반 레스토랑에서 볼 수 없는 노점들, 집에 있는 물건을 내다파는 벼룩시장 모습들, 말을 타고 순찰 중인 기마경찰들과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도 노팅힐 카니발의 한 풍경이었다.

또 하나는 살인적인 수준의 카니발 물가다. 런던 자체가 물가가 비싼 곳이기도 하지만 카니발이 열리는 곳은 거의 바가지 수준이라고 해야 한다. 대부분이 주택가이다보니 변변한 공중화장실조차 없는 곳이라 주택의 화장실을 이용하게 하고 50펜스를 받는다던가 생수 한병을 비싸게는 2파운드에 팔 정도로 한몫 잡을 주민들의 모습이 어렵지 않게 눈에 띈다. 반면에 먹는 음식들은 경쟁이 심해서인지 그다지 비싸지는 않은 편이었다.

카메라를 향해 멋진 포즈도 보여준다.

퍼레이드가 끝나고 나서 그곳을 빠져 나오는 일도 보통이 아니다. 퍼레이드가 지나가는 길 주변으로 대부분의 도로가 통제되어 있고 버스 정류소, 메트로 역 또한 시간대별로 차단되어 있어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면 한참을 걸어야 했다. 사람들이 가득 찬 거리를 따라 사람들에게 떠밀려 걷다 보니 겨우 벗어났지만 원하던 메트로역이 아닌 엉뚱한 버스정류소 앞으로 가버렸다. 메트로 역에 있는 버스와 지하철의 변경 및 통제시간 정보를 참고로 해서 이동했음에도 떠밀리다시피 나와서 당해낼 방법이 없었다.

오히려 노팅힐 카니발을 더 재미있게 보내기 위해서는 밤늦게까지 그곳에서 즐기는 것도 나름대로 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힘이 넘쳐나던 두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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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느릿느릿느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