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오세아니아2011. 4. 29. 08:00
빙하에 의해 생겨난 피오르.
 

밀포드 사운드를 보러 가는 진짜 이유는 피오르를 보기 위한 것이다.

피오르는 빙하가 흘러내리면서 침식작용을 일으켜 만들어진 U자 모양의 지형이 침수하면서 생긴 좁고 깊은 후미를 뜻한다. 쉽게 말하자면 바다가 육지 안쪽으로 깊게 들어와 있는 곳을 생각하면 된다. 좁은 계곡 사이에 바닷물이 들어와 있으니 바다가 아닌 강처럼 보여지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바다다.

피오르로 정말 유명한 곳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본 노르웨이의 송네피오르다. 언제가 기회가 된다면 가보고 싶은 곳 중의 하나이지만 밀포드 사운드의 피오르도 지리적인 특징 때문에 모두가 감탄하는 곳이다.

출발 후 가장 먼저 보이는 보웬 폭포.

크루즈 터미널에서 곧장 곧장 출발한 배는 최고 2,000m까지 높이 솟아 오른 산들을 비집고 들어가는 것처럼 바다를 따라 이동했다. 배 안에는 밀포드 사운드의 지도가 각국의 언어별로 준비되어 있었지만 유독 한국어만 없어 아쉬웠다. 그렇다고 구경하는데 불편한 것은 전혀 없었다. 배를 타고 가면 중간중간 주요 포인트에 대한 설명을 해주기 때문.



배들이 주변 산들과 비교되어 무척 작아 보인다.



해리슨 코브 앞을 지니가는 중.

일단 편하게 눈으로만 피오르를 보고 있어도 감탄사가 계속 나왔다. 양쪽으로 있는 산들의 높이도 놀라웠고 그 산의 절벽을 타고 흘러 내리는 폭포들도 길게 뻗어 있어 눈길을 끌었다. 눈에 뜨지 않는 폭포들까지 하면 온통 물줄기로 줄 그어놓은 산 같다고나 할까.


가까이 다가간 요정들의 폭포.

그렇게 20분 가량을 이동하면서 비슷한 풍경에 지루해질 무렵 1층 스낵바로 들어가 커피 한잔을 마셨다. 식사 옵션은 없는 배였지만 따뜻한 커피만은 무한 제공되었다. 추가로 머핀 하나를 사서 같이 먹으니 꼭 경치 좋은 브런치 카페에 자리한 듯 했다.



셀 수 없을만큼 많은 폭포들.

어느 정도 지났을까 피오르의 끝이 보였다. 곧 협곡 사이에 있는 바다가 아닌 진짜 넓은 바다가 보인 것이다. 크루즈 코스의 반환점이기도 했다. 배를 돌리자마자 마주친 것은 씰 록. 바로 야생에서 사는 물개들을 볼 수 있는 곳인데 처음엔 눈에 띄지도 않을 만큼 얌전히 있어 찾는데 애를 먹었다. 배가 지나갈 동안 움직여주길 바랬는데 눈길만 서로 마주한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

보통 알고 있는 바다의 모습. 밀포드 사운드의 반환점이다.






씰 록에는 물개들이 많은데 쳐다볼 생각을 않았다.

그렇게 구경하다 잠깐 쉬고 있을 무렵 스낵바에서 물건을 팔던 여자 직원들이 밖을 구경하라고 얘기를 해주었다. 혹시 사진 찍을만한 게 있나 싶어 밖으로 나갔는데 바로 그 곳이 146m 높이의 스털링 폭포였다.

폭포 앞에서 사진 몇 장을 찍는 동안 어느 순간 아차 싶었다. 배가 그대로 폭포 앞으로 다가가는것 아닌가. 얼마 되지 않아서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물보라를 맞던 그 느낌이 그대로 전해졌다. 순간 너무 놀라 안으로 실내로 들어가려고 했으나 문은 안에서 이미 잠겨 있었다. 졸지에 오도가도 못하고 폭포 앞에서 물에 흠뻑 젖었으니 말이다. 폭포를 지나고 나서 문이 열려 들어갔더니 안에 있는 그 직원들이 환호를 해줬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그냥 폭포를 구경하란 거였는데 사진에 욕심 내다 당한 셈이었다.

그 뒤론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스낵바에 있는 티슈로 정신 없이 머리를 닦아야만 했다. 밀포드 사운드에서의 추억 하나를 만들었으니 지금 생각해보면 잘 맞은 거다


스털링 폭포에서 사진 찍다가 꼼짝없이 폭포에 젖어야 했다.

스팸 댓글이 늘어 로그인 한 사용자만 댓글을 허용하였습니다. 티스토리 아이디가 없으시면 방명록에 남겨주세요.^^
Posted by 느릿느릿느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