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오세아니아2011. 6. 3. 07:07
밀포드 사운드에서 흔히 보이는 케아 앵무.
 

풍경 하나는 끝내주는 밀포드 사운드에 유일하게 귀찮은 것이 있다면 작은 벌레인 샌드플라이다. “아름다운 이곳에 대한 여신의 질투로 뿌려진 것”이라는 마오리 전설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한번 물리면 여행 내내 고통 받을 만큼 가려움이 심하고 오래가는 벌레다.

사전에 샌드플라이로 고생한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많아 여행 전부터 무척이나 걱정스러웠는데 막상 샌드플라이를 보니 피할 방법이 쉽지 않아 보였다. 몸에 뿌리는 스프레이가 있다곤 하지만 2mm 밖에 되지 않는데다 사람의 피부를 좋아해 하나 둘 달고 다니지 않고서는 돌아다니지 않을 수 없는 정도로 흔했다.

운이 좋은 것인지 샌드플라이에게 직접 물리진 않았지만 아내는 샌드 플라이에 물려 한참을 고생해야 할 만큼 명성은 실감할 수 있었다.


캐즘 주차장. 이런 곳에도 샌드 플라이가 달라 붙는다.

물리지 않아본 입장에선 가려움보다는 자석처럼 달라붙는 샌드플라이의 특성에 넋이 나갈 만큼 귀찮은 일이었다. 몇 마리 정도 달라붙어 손으로 휘저으면 금새 다시 달라붙어 나중에는 손을 들어올리는 일마저도 무기력하게 만드는 독종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페리 터미널에서 일하는 아저씨들은 얼굴과 목 주변에 수십 마리를 샌드플라이가 앉아 있었음에도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게 당연한 일상 같이 여겨지는 것인지 그냥 샌드플라이에 몸을 맡긴 채로 서 있는 모습이 그저 놀라웠다.





캐즘으로 들어가는 길.

차에서 한번 내렸다면 샌드플라이가 달라 붙어 무척 귀찮았지만 볼 건 봐야 한다는 생각에 캐즘을 찾았다. 캐즘은 밀포드 사운드와 호머터널 중간 쯤에 자리한 전망대로 클레다우강과 기암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 여행객들에겐 그다지 인기는 없는 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샌드플라이를 헤치면서 좁을 길을 따라 걸어가면 깊숙한 곳에 물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는 곳이 있는데 이 곳이 바로 캐즘이라 불리는 곳이다. 바위의 균열된 틈 사이로 자갈과 물이 스며들어 오랜 시간에 걸쳐 형태가 변해버린 것으로 구멍이 숭숭 나있는 바위를 생각하면 된다. 오랜 시간 동안 만들어낸 자연의 작품이라 그저 감탄할 수 밖엔 없었다.


오랜 세월 동안 물이 바위를 둟어버리면서 만들어진 자연의 작품.

다리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다.

밀포드 사운드에서 흔히 보이는 케아도 또 하나의 볼거리다. 앵무새의 일종인데 덩치가 큰데다 눈매도 매서워 여러 마리가 주변에 있으면 살짝 무서움이 드는 새다. 사람을 잘 따르는 편이라 여행객들이 있는 곳이라면 케아 한두 마리는 주변에 꼭 있는 듯. 사진도 많이 찍혀 봤는지 모델처럼 꿈쩍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친근한 이미지가 더해졌다.




사람들이 경치를 구경하는 곳이면 꼭 있는 케아. 사람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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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느릿느릿느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