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오세아니아2012. 3. 26. 07:00
성으로 올라가는 계단 앞의 사자상.

더니든 여행의 마지막 코스인 라나크 성은 더니든 시내에서 30분 거리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라 느릿느릿 길을 따라 주행을 시작.

오타고 반도를 따라 북으로 올라가기 시작한 이 길은 성 만큼이나 제법 멋진 길이었다. 산의 언덕 위를 따라 이어져 있는 길은 왼쪽 으로는 바다가 내려보이고 주변은 넓은 초원이 펼쳐진 지대라 둘러보면 시원한 기분이 들었다. 이동하던 걸음을 멈추고 쉬었다 갈 수 밖에 없었다. 

10여분간 쉬었을까. 다시 원래 목적지인 라나크 성으로 향했다.




라나크 성으로 가는 길.

뉴질랜드에서 유일하게 성으로 불리는 건축물이 바로 라나크 성. 항상 성에 갈때면 얼마나 크고 멋질까 하는 상상으로 다가가게 되는데 이 라나크 성은 성이라고 부르기에는 크기라는 면에서 빈약해 보였다. 사진을 보면서 어느 정도 상상은 했지만 눈으로 보니 실감났다.

이 성의 주인이었던 라나크는 투자가이면서 정치가로 뉴질랜드에서 내무부 장관까지 지낸 인물로 라나크 성은 프랑스 귀족의 딸이었던 첫 번째 아내를 위해 이 성을 지었으나 성이 완성되기 전에 병으로 사망면서 딸인 케이트의 생일 선물이 되었다고 한다. 그 이후 사업도 실패하고 재혼했던 아내 마저 죽으면서 웰링턴 국회의사당에서 자살로 삶을 마감했다.

성의 주인이었던 딸이 죽고 난 뒤 폐허로 남겨져 있던 라나크 성을 개인이 인수해 지금의 모습으로 다시 복원했다고 한다. 성을 둘러보는 마음이 괜히 편치 않은 스토리였다.


라나크 성.


앞의 정원을 누비고 다니는 오리 가족.

성은 귀족의 저택 정도라 할만큼의 크기인 성과 그 옆의 마구간, 주변의 정원들로 나눠 볼 수 있다.

앞쪽에 자리한 동그란 잔디밭에는 오리 가족들이 뛰어 다니며 단란한 모습을 보여줘 아이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그 앞으로 펼쳐진 작은 연못과 커다란 나무들이 나란히 이어져 있어 유럽 성에서 볼 수 있는 배치를 그대로 갖추고 있었다.




예전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성의 내부.

성 안에 들어가면 라나크 가족들이 살았던 그때 모습을 가능하면 보여주려고 한 건지, 소장품들을 보존해 두었다. 아쉽게도 내부는 촬영금지였는데 둘러 보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 몰래 몇 컷을 찍어 보았다. 중요한 물건 때문은 아닌 듯 했고 내부 입장료를 따로 받는데 많이 공개되어 여행객들이 적게 오지 않을까하는 염려 때문인듯 했다.



꼭대기에서 내려다 본 주변 풍경.

성의 꼭대기로 올라가니 주변 오타고 반도의 모습이 내려다 보였다. 안개 때문에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어림풋하게 바다를 찾아 찾아 두리번 거렸다. 이런 곳에 살면 불행이라는 단어는 잊혀질 것 같은데 참 모를 일이다.





성을 따라 자리하고 있는 정원.

라나크 성에서 볼 만한 건 오히려 볼거리가 잘 가꾸어진 정원인 듯 했다. 봄에 찾아서인지 따뜻한 분위기가 나는데다 여기 저기 색색을 품고 있는 꽃들이 많아 야외에 꽃 구경을 나온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성과 이어진 마구간은 카페로 탈바꿈해 식사와 차 한잔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다음 일정을 고려해 들리지는 않았다. 라나크 성에서 숙박도 가능하다고 하니 캠퍼밴 여행이 아니라면 하루 묵어보는 것도 좋을 일정인 듯하다.




정원에서 볼 수 있던 봄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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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느릿느릿느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