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오세아니아2012. 4. 6. 08:00
공중에 떠 있는 집.

여행의 마지막 날. 크라이스트 처치 시내 관광에 나섰다. 그동안 여행을 함께해 온 캠퍼밴은 공항에서 반납할 예정이라 시내 관광을 하는 입장에선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다. 아무래도 차가 크다 보니 주차할 공간이 마땅찮았는데, 캔터베리 박물관 앞의 노상 주차장에 차들이 적어 이 곳에 주차했다.

시내를 둘러 보는데 할애한 시간은 3시간. 바로 길 건너에 있는 아트센터부터 시작해 우스터 스트리트를 따라 아트갤러리와 대성당, 빅토리아 광장, 추억의 다리 순으로 둘러볼 예정이었다. 건물 내부를 공들여 볼 건 아니어서 시간은 충분했지만 혹시라도 늦어질까 캔터베리 박물관과 식물원은 마지막에 잡아두었다. 시간이 부족하면 그냥 패스할 계획이었다.


크라이스트 처치는 남섬에서 가장 큰 도시임에도 도보로 둘러보기 힘든 거리가 아니었다. 시내 중심은 바둑판 모양으로 도로가 짜져 있어 길이 복잡하지도 않았고 기껏 해봐야 끝에서 끝까지가 800m 정도라 반대편 목적지까지 한 눈에 다 들어왔다. 틈틈히 트램이 다니긴 했지만 굳이 탈 거리가 되지 없었다.

처음 들른 곳은 길 건너 아트센터다.











서둘러 나온 탓일까. 토요일인데도 아트센터는 썰렁했다. 가이브북에는 아트&크래프트 마켓이 주말마다 열린다고 나와 있었는데 이건 뭐 물어볼 사람조차 없는 상태다. 수공예품을 판매하는 공방도 문을 열지 않아 외부만 대충 둘러봤다. 그렇다고 첫 장소부터 카페에서 죽치고 있을 수는 없으니.



관심 거리가 안보여서인지 스치듯 지나쳤는데 가만 보니 건물 내 정원에 투명으로 지어진 집이 있었다. 투명 와이어로 철사에 뼈대를 연결해 만든 집인데 계단이 하늘 위로 올라가는 것처럼 보였다.




아트센터를 나와 다음에 들른 곳은 길 건너 어느 건물. 아무리 뒤져봐도 이 건물에 대한 정보가 없다.;; 여자 아이가 엎드려 책을 읽고 있는 조형물이 자리한 건물인데 잠에서 깬 아이를 풀어놨더니 여기로 달려왔다. "언니다!" 그리곤 가까이 다가가 빤히 쳐다 보았다. "언니 뭐하고 있는 거야?" 눈을 맞추려고 무척이나 노력했다.

지금와서 보면 이 맘때가 조형물이나 큰 인형을 보고 가장 신기해했던 것 같다. 아이에겐 어른들이 찾는 것처럼 뭔가 특별한 볼거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모든 경험이 다 신기하게 다가왔을테니, 괜찮은 볼거리를 찾는 나보단 여행을 더 즐기는 듯 보였다. 그 참에 그 자리에서 조금 쉬었다. 아이가 놀고 있는 걸 지켜봐야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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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느릿느릿느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