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2009. 12. 4. 08:54
테나야 호수는 맑고 잔잔했다.

요세미티까지 왔으니 투올러미 고원지대는 봐야겠단 욕심이 들었다. 투올러미 고원지대는 요세미티 여행에서 필수 코스는 아니다. 그래서 더 보고 싶었는지 모른다. 사람이 조금이라도 덜 찾는 곳을 발견하는 기쁨이 이런 곳에 가면 있기 마련이었다.

투올러미 고원지대를 보기 위한 단 하나의 길은 요세미티 지역의 북쪽을 가로지르는 타이오가 도로 뿐이다. 요세미티의 빅 오크 플랫 입구로 다시 나와 타이오가 도로에 올라섰다. 타이오가 도로는 경사도 많이 졌지만 요세미티 밸리 쪽은 1,000m 낭떠러지를 끼고 있는데다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보호벽이 전혀 없어 운전하는 데에도 공포를 느꼈다. 낭떠러지가 심해 보이는 곳은 아예 중앙선을 넘어 반대쪽 길로 다녔을 정도로 운전이 소심해 졌다.

도로가 위험해서일까 타이오가 도로는 겨울에는 폐쇄된다고 한다. 겨울에 내린 눈이 7월까지 산 정상에 남아있는 곳이 투올러미 고원지대이니 이해가 된다.



타이오가 도로에 흔했던 세콰이어들.

그래도 타이오가 도로를 달리면서 마주친 풍경만은 잊을 수 없는 멋진 그림들이었다. 한동안은 쭉 뻗은 세콰이어들이 보이더니 조금 지나니 바위산의 능선과 낭떠러지들이 보이고 그러다 미국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호수인 테나야 호수가 눈에 들어왔다.



길 옆으로는 바위산들이 많았다 조금 더 가면 낭떠러지.

테나야 호수는 2,484m 높이에 있는 호수로 족장이었던 테나야의 이름으로 지었다고 한다. 원래는 빛나는 바위의 호수라는 뜻을 가진 파이위악이었다. 테나야 호수는 주변이 바위로 둘려 쌓여 있고 호수 너머의 풍경을 그대로 머금을 정도로 맑고 잔잔했다. 낚시를 하기 위해 호수 가에 있는 사람 몇몇을 보고 있으니 한결 여유로워졌다. 때묻지 않은 자연의 모습이 요세미티 밸리 지역의 느낌과는 다른 모습이라고 할까.



2,484m에 자리한 테나야 호수. 원래 이름의 뜻은 빛나는 바위의 호수다.

호수를 지나 쪽으로 계속 달리다 보니 초원지대를 만났다. 절벽을 달리다 속도내기 좋은 길을 만나서 속도를 50마일 정도로 올렸더니 어디선가 숨어 있던 경찰차가 쫓아왔다. 이런, 도로에서 걸렸으니 일단 핸들 위에 손을 올리고 있어야지, 그 짧은 순간에 조심하지 않다가 총이나 맞지 않을까? 별생각이 다 들었다.

미모의 여자 경찰(적어도 내가 본 여자 경찰 중에는 제일 미인이었다)이 다가와서 창을 내리라고 하더니 면허증을 달라고 했다. 올 것이 왔구나 미국에서 과속딱지라니… 여자 경찰은 면허증을 보더니,

“이 곳은 동물보호구역이니 25마일 이하로 운전해 주세요.”

라고만 했다. 한 번 걸렸는데 당연한 거 아닌가. 그냥 주의만 받은 게 다행이었다. 한결 마음이 편해졌는데 이게 다는 아니었다. 이 경찰이 탄 차는 타이오가 도로를 벗어날 때까지 뒤만 쫓아왔다. 다른 차도 없고 속도도 느리게 가고 있으니 나란히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백미러로 보이는 경찰차를 보고 있으니 투올러미 초원지역은 눈에 더 들어오지 않았다.

아마 심적으로 가슴 졸였던 탓인지 이 곳의 사진이라곤 투올러미 비지트 센터 건너에서 찍은 몇 장 뿐이었다.


투올러미 비지트 센터 주변의 초원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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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느릿느릿느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