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2009. 12. 30. 10:30
하카타역 교통센터에 있는 오코노미야끼 집, 후키야.

여행 다니는 걸 좋아해서 버스터미널이나 역을 이용한 적이 제법 많은 편이다. 역으로 갈 때는 거의 시간을 맞춰ㅇ가서 식사를 한 기억은 많이 없는데 버스터미널을 이용할 때는 항상 터미널에서 기다리면서 식사를 했었다. 많이 이용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맛있는 식사를 해본 적이 없다.

다들 한 번쯤은 경험하겠지만 역이나 터미널의 식당들은 주로 뜨내기 손님을 상대하는 곳이라 메뉴판 한 가득 다양한 메뉴를 차려둔 식당이 많고 전문성이 없다 보니 맛 또한 별로 없다. 그냥 길을 떠나는 입장에서 배고픔을 달래는 수준에 적합한 메뉴와 맛을 차려둔 게 고작.

기억나는 식당은 10년 전쯤 한 번 있는데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지하로 내려가면 피자를 파는 가게가 하나 있었는데 여행객들 상대니 조각피자와 콜라 세트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었다. 그때만 해도 조각피자를 식당에서 파는 경우가 드물었는데 한 두 손님이 찾는 고속터미널의 특성상 조각피자를 판매하는 듯 했다. 피자 맛이야 그다지 맛있지는 않았지만 잠깐 찾는 고객과의 관계를 고려한 메뉴가 그땐 맘에 들었다. 최근에는 거의 터미널을 이용하지 않아 있는지는 모르겠다.

우리와 다르게 일본에는 터미널과 역에 유독 맛집이 더 몰려 있다.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고 유동인구가 많은 특성도 있지만 적어도 뜨내기를 상대하는 듯한 기분을 주지는 않는 식당들이 많다는 점이다.

후키야 입구, 오른쪽 창문으로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의 왕래가 적은 곳인데도 식당 안은 손님들로 가득하다.

하카타역 교통센터, 우리나라의 터미널과 비슷한 곳이다. 일단 4층에 있는 100엔샵 다이소에서 간단하게 살 것들을 일단 먼저 산 다음 저녁을 먹으려고 했다. 쇼핑을 좀 했더니 다리는 아프고 배가 고파 멀리 가고 싶은 맘은 없었고 교통센터 건물에서 해결할 생각이었다. 교통센터 건물 내에서 맛집으로 소개된 모스버거의 햄버거는 저녁으로 먹기 싫었지만 다른 맛집 정보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그렇게 교통센터를 둘러보면서 선택한 곳이 오코노미야끼를 파는 후키야다. 문 앞에 있으면 오코노미야끼를 굽는 모습이 보여 두리번 거리고 있었더니 한글로 된 메뉴판을 주었다. 메뉴판 가득 메뉴들이 있어 오코노미야끼 말고 다양하게 파는 곳인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오코노미야끼 종류 중에 무슨 재료로 먹을 건지, 야키소바도 뭘로 먹을 건지, 두 가지 메뉴 뿐이었다. 그럼 오코노미야끼 전문점이니 먹어봐야겠단 생각으로 선택한 셈이다.

오코노미야끼는 테이블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것은 아니고 손님이 오코노미야끼 메뉴를 선택하면 주방의 철판에서 만들어져 나오는 형태였다. 가게 밖에서도 굽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한쪽 에서는 야키소바만을 만드는 주방장이 면과 재료들을 볶았다.

다양한 재료가 들어간 디럭스 오코노미야끼. 850엔.

그냥 먹어도 맛있고 소스를 발라 먹어도 맛있다.

잠시 기다린 다음 나온 오코노미야끼. 주방장이 얼마나 눌러댔는지 살짝 타보이는 듯한 겉모습과 달리 속은 아주 잘 익었다. 기억하고 있던 오코노미야끼의 느끼한 맛조차 전혀 나지 않는 아주 담백하게 맛있는 오코노미야끼였다. 야키소바도 대충 접시에 올려 나온 듯 보이지만 간이 적당히 배여 있고 재료가 신선한 게 씹히는 맛도 일품이었다. 제대로 된 맛을 느낀 기분이라고 할까.

생각지도 않았던 터미널 건물에서 맛집을 찾아낸 듯해 놀랄 따름이었다. 오코노미야끼를 먹고 싶다면 꼭 찾아가서라도 먹을 만한 곳이다.

야키소바. 550엔.

대충 만든 듯 한데도 재료가 신선하고 적당히 익혀서 맛있다.

후키야 ふきや
주소 福岡県福岡市博多区博多駅中央街2-1

스팸 댓글이 늘어 로그인 한 사용자만 댓글을 허용하였습니다. 티스토리 아이디가 없으시면 방명록에 남겨주세요.^^
Posted by 느릿느릿느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