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색다른 여행지를 즐기는 편이다. 일반적인 여행코스는 가볍게 둘러보고 뭔가 조금 특별한 여행지를 찾아내곤 한다. 쇼핑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유적지에 관심이 많은 편도 아니라 꼭 가봐야 할 곳에 가지 않는다고 해서 손해 본다는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냥 모르는 도시의 뒷골목, 여행지의 후미진 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독특한 경험을 할 수 있어 좋다. 그런 재미가 때론 더 추억 속에 남는 편이다. 그래서 버틸 수 있으면 끝까지 걸어서 후미진 곳을 더 돌아 다니곤 한다.
공항에서 잠깐의 시간이 나서 시간을 그냥 보내기도 아깝고 조금 덜 알려진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졌다. 공항에서 받은 한글 지도를 펼치고 가까운 지역을 둘러봤다. 공항에서 다리를 건너자마자 나오는 곳이 란타우 섬. 비교적 가까워 보이는 따이호이위춘이 눈에 들어왔다. 동양의 베네치아라면서 수상가옥이 있다고 해 확 마음이 끌렸다. 예전에 갔던 베네치아가 너무 인상 깊었기 때문이었다.
공항에서 MRT를 타고 다음 역인 똥총역에 내리고 여기서 11번 버스를 타면 갈 수 있다. MRT역에 주변 안내지도에서 버스 정류장을 찾은 것은 어렵지 않은 편. 가는 시간은 상당히 오래 걸린다. 지도에서 보면 따이호이위춘은 공항에서 상당히 가까운 거리로 표시되어 있지만 실제 시간은 한 시간 가까이 달려야 갈 수 있는 먼 거리다. 공항에서 침사추이에 가는 시간보다 더 오래 걸린다고 보면 된다. 거리는 가깝지만 산을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하고 도로는 왕복 2차선과 1차선이 번갈아 나오면서 반대쪽 차를 기다리기는 게 예사이기 때문이다. 버스는 또한 어찌나 고물 버스인지 산을 오를 때는 힘도 못쓰고 내려갈 때는 그냥 아래로 구를 것 같았다. 생각지도 못했던 시골길을 한참을 다니기 때문에 홍콩의 시골 풍경을 만끽하기에 좋다. 대신 은근히 돌아갈 시간이 걱정되기도 했다.
따이호이위춘에 도착하자 돌아가는 버스의 출발시간부터 확인했다. 30분마다 출발하는 버스는 15분 뒤에 있었다. 그 다음 버스는 45분 뒤. 버스 시간을 확인하고 나서 열심히 걸었다. 딱 15분만에 마을을 한 바퀴 돌겠다는 욕심이었다. 실제 시골 마을이라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았다. 눈치껏 돌만한 골목길을 선택해 원을 그리면서 돌았다. 동양의 베네치아란 소개는 좀 심한 과장이고 그냥 수상가옥이 있는 시골이라고 보면 될만한 작은 마을이었다. 여행객으로 보이는 사람이라곤 HSBC은행 앞에서 딸랑 한 팀을 본 게 다였다.
마을을 단 15분 만에 돌고서 시간에 맞춰 버스로 돌아왔다. 버스 안에는 이곳 마을 사람들로 보이는 사람들만이 앞자리부터 앉아 있었다. 시골 버스에서 흔히 보는 노인들이 대부분인 버스는 곧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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