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하루/맛집2010. 1. 27. 21:26
프로방스 풍의 인테리어만 맘에 드는 베로나.

맛집 리뷰를 주로 쓰는 건 아니지만 한 번씩 맛있는 집을 블로그를 통해 소개하곤 한다. 맛집이라는 게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인데다 소개한 곳에 따라서는 방문할 때마다 맛의 차이가 있는 곳도 있다 보니 소개할 때마다 조금 망설여지게 되는데 오늘 쓰게 될 베로나는 더 그렇다.

베로나는 맛집이라고 하기는 맞지 않다. 맛도 만족하지 못했고 가격도 킹콩 스테이크처럼 싸지 않은 곳이다. 그런데도 포스팅을 하는 이유는 찍어둔 사진이 조금 아깝다는 것과 실내가 프로방스 풍이라 그나마 맘에 들었다는 점이다. 맛을 음미하면서 먹는 식사는 아니어도 연인들끼리 분위기 내기 좋고 편안하기 있기에는 괜찮은 공간이다.

애니골에서 스테이크 집을 찾던 중 발견하게 된 베로나는 이탈리아 북부지방에 있는 도시 이름을 따왔다. 이탈리안 레스토랑에는 잘 어울리는 이름이긴 한데 통나무로 만들어진 건물의 외관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기도 했다. 외관만 봐서는 일반적인 한정식 집이 있거나 카페가 있어야 할 듯 싶은 장소였다. 게다가 1층에는 한식집이 자리하고 있어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나서도 들어가야 할지 망설이게 되는 첫인상을 주었는데 식사를 마치는 내내 이 찜찜함은 계속 됐다.

2층으로 올라가니 프로방스 풍의 예쁜 룸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베로나 아니랄까 봐 룸에 붙어 있는 이름들은 “로미오”, “줄리엣”, “베키오 성”과 같은 베로나 도시에서 가져온 이름들이 붙어 있었다. 입구에 있는 3개의 룸에는 한 테이블씩 놓여 있고 문도 달려 있어 연인들이 분위기 내면서 식사하기 좋아 보였다. 모두 자리가 차 있어 안쪽으로 들어와 앉았다. 복도와 벽 모두 프로방스 풍인데 천장은 통나무가 그대로 보여 부조화의 연속이었다.

이거 들어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통나무 건물 베로나.

로미오, 줄리엣 룸. 딱 한 테이블씩 있다.

복도. 오른쪽은 테이블이 있는 조그만 룸이다.

베키오 성에서 식사를 했다.

통나무 건물과 언발란스한 프로방스 풍의 내부.

오늘의 메뉴는 안심 스테이크 스페셜 메뉴와 크림 파스타.

안심 스테이크 스페셜 메뉴는 스프와 샐러드가 나오고 메인으로 나오는 안심 스테이크와 함께 통새우와 훈제오리가 곁들어져서 나오는 메뉴다. 스프와 샐러드는 보통 먹는 맛이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는데 메인 요리가 문제였다. 안심 스테이크에 나온 고기는 씹히는 맛까지는 좋았는데 소스의 양이 어찌나 많던지 덜어내고 먹었지만 몇 점 먹고 나니 이미 입에 향이 가득해 더 이상 무슨 맛인지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도 스테이크는 스테이크인지라 미워할 수는 없는 맛이었다

결정적인 건 새우. 이미 테이블에 나왔을 때 식어있는 상태였는데 하루치 새우를 미리 삶아놓은 다음에 두 개씩 내놓는 듯 새우는 식고 맛은 쏙 빠지고 맹물 맛만 입 속을 맴돌았다. 데워라도 나왔으면 이 정도는 아니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무성의가 엿보였다. 그냥 안심 스테이크에 곁들여 나온 거라면 그냥 넘어가도 돈을 더 내고 주문한 스페셜 메뉴에 있는 새우가 이런 맛이 나니 심했다.

아웃백 스테이크하우스에 온 걸까. 맛도 똑같다.

간이 되지 않아 오히려 맛인던 스프.

신선한 샐러드는 아무리 먹어도 좋다.

크림 파스타도 마찬가지다. 면이 푹 익었는지 힘이 없었고 크림은 말라 맛이 나질 않았다. 새우 얘기를 하다 넘어와서인지 그래도 파스타는 조금 나은 편이었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아무래도 정성을 들여 스테이크와 파스타를 만드는 곳은 아닌 듯 했다. 베로나는 둘만의 조용한 공간을 찾는 사람들이나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급하게 필요한 손님들에게 여러 종류의 음식을 입맛대로 만들어내는 데 충실한 레스토랑이지 않나 싶다. 절대 맛집이라고 붙일 만한 곳은 아니다.

푹 익어 힘이 없던 파스타.

맨 왼쪽부터 감자, 훈제 오리, 새우, 안심 스테이크.

소고기는 뭐든 맛있다. 안심 스테이크.

문제의 새우. 출처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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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느릿느릿느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