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2010. 2. 10. 09:53
우동집에서 주문한 텐동.

후쿠오카 여행의 마지막 날, 원래 예정된 계획은 다자이후를 둘러보고 여유 있게 점심을 먹고 렌터카를 반납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현금 부족으로 현금인출기를 찾아 40여분을 날려먹는 바람에 여유 있는 일정이 꼬여버렸다. 시간이 급해져서 인지 일본에 와서 반대방향으로 운전한지 얼마나 되었다고 비좁은 길을 급하게 과속을 해야 할 정도가 되었다.

구로카와에서 후쿠오카로 가는 길은 제법 멀었다. 구로카와 온천에서 20분 정도 움직였을까. 깎아지는 절벽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도로가 만들어진 쓰에타테온천 지역을 지났다. 운전하면서 바라본 풍경이 절경이었는데 시간 때문에 차를 세울 여유조차 없어 차에서 감탄사만 내뱉은게 아쉬운 곳이었다.

광각렌즈가 아니어서 한 눈에 안들어 왔다.

댐으로 생긴 바이린 호수.

조금 더 갔더니 이번엔 바이린 호수가 나왔다. 댐으로 만들어진 호수였는데 이곳을 지날 무렵 차선을 막고 공사까지 하고 있어 호수 옆 주차장에 차를 잠깐 세웠다. 쓰에타테온천 지역만큼은 아니었지만 넓은 호수를 보고 있으니 한결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쌀쌀한 날씨에 멋진 풍경 앞에 섰더니 우동 생각이 조금씩 났다. 여행 내내 우동은 한 번도 먹지 못했는데 이런 변두리에 은근히 맛집 같은 곳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운전을 하고 한참이나 더 갔음에도 그 흔한 우동 집 간판은 보이지 않았다. 주민들이 이용할만한 조그만 식당들 외엔 눈에 띄는 식당이 전혀 없었다.

그러다 고속도로를 타기 직전 우동집 하나를 발견했다. 그토록 찾던 우동집인데 히타시 IC 바로 앞에 있는 식당이라 망설여졌다. 이런 곳은 뜨내기 상대로 장사하는 식당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주차되어 있던 많은 차들과 나오는 손님들을 믿고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갔다. 모르는 식당은 사람 수가 믿을 수 있을만한 별점이니 말이다.

히타시 IC 바로 앞에 자리하고 있는 우동집.

자세히 보니 이것저것 많이 판다.

입구에 있던 메뉴 모형.

텐동과 우동세트를 주문했다. 텐동은 금방이라도 튀겨 기름을 쏙 뺀 듯 바삭바삭 했고 밥도 입에 착 달라붙었다. 새우튀김이 올라간 우동의 국물 맛도 괜찮았다. 큼지막한 새우가 올라가 보기에도 푸짐해 보였다. 면은 평범한 듯 했지만 기대 이상의 우동집을 찾은 듯해 만족스러웠다.

이 우동집의 마케팅은 엉뚱한 데 있었다. 가격이 조금 비싼 편이라 생각했는데 계산을 하고 나니 1인분에 100엔 짜리 쿠폰을 줬다. 나 같은 여행객에게는 휴지조각이나 마찬가지인 쿠폰이지만 사람이 많은 이유가 쿠폰에 끌리는 거 아닐까 싶었다. 물론 맛은 있어야겠지만. 이게 또 끝은 아니었다. 아이들에게는 과자 한 봉지 씩을 고르게 했다. 100엔 샵에서 보던 사이즈가 작은 과자이긴 했는데 기분으로는 덤 같이 느껴졌다. 이 정도로 손님에게 뭔가 주는 식당은 처음 봤다.

그렇게 크지도 않은 식당이 이렇게까지 마케팅을 하나 싶었는데 밖으로 나와서 둘러 봤더니 주변에 비슷한 크기의 우동집 3개 정도가 나란히 하고 있었다. 고속도로 앞의 배고픈 손님들을 끌어들이는 식당의 전략이 놀라울 뿐이었다.

새우튀김이 올려진 우동 세트.

텐동과 같이 나온 미소시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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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느릿느릿느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