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아프리카2010. 5. 24. 11:22
스페인에는 고성이나 궁전, 수도원을 국영호텔로 개조한 파라도르가 있다.

파라도르는 스페인의 고성이나 궁전, 수도원 등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건축물을 관리, 보존하기 위해 국영호텔로 개조한 건물을 뜻하는 말로 현재 스페인 전역에는 100여개의 파라도르가 운영되고 있다. 중세시대에 지어진 성에서 묵을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인 곳으로 1천년 이상 된 성에 들러 그 분위기를 느끼다 오기엔 이만한 곳이 없다.

스페인 여행 중 이동 경로 상에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카르도나 파라도르를 가기로 했다. 카르도나는 바르셀로나에서 차로 1시간 반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 있는 곳으로 9세기에 지어졌다. 다른 파라도르에 비해 화려하거나 웅장한 규모가 아니라서 그런지 덜 알려져 편이지만 사진으로 처음 접했을 때 산의 꼭대기에 솟아있는 이 성의 위치가 아주 맘에 들었다.

카르도바 파라도르. 출처=파라도나 홈페이지.

카르도나 파라도르의 꼭대기. 바람이 무척 불었다.

입구에 있던 주차장.

찾기 힘들던 출입구.

교통편이 좋지 않은 곳이라 대부분 이 성을 방문할 때 여행객들은 택시로 방문한다고 하는데 바르셀로나에서 무려 100유로나 든다고 하니 개인적으로 볼 때 좋은 방법은 아닌 듯 하다. 뭐니 뭐니 해도 이런 곳은 차로 이동하는 방법이 가장 좋다. 원하는 시간에 맘대로 갈 수 있으니 렌터카 여행은 이래서 편하긴 하다.

바르셀로나에서 너무 여유를 부렸던 탓에 카르도나에는 해가 지고 나서야 도착했다. 혹시나 못 찾을까 걱정을 했는데 네이게이션에서 카르도나로 찍고 근처까지 오니 산 위에 있는 성을 금방 발견할 수 있었다. 원래 수도원이었던 곳을 개조한 파라도르라 그렇게 화려한 모습은 아니었고 야경 모습이라고 해도 주황색 가로등 뿐이라 눈에 띄지 않을 법 했지만 산 꼭대기에 그렇게 있는 건물은 파라도르 외에는 찾을 수 없어 쉽게 눈에 들어왔다.

길을 따라 올라가면 보이는 입구.

리셉션 출입구. 호텔 로비에 비하면 작다.

수도원으로 쓰였던 건물이었다.

두터운 석벽으로 이뤄진 구조.

오히려 성에 들어와서 입구를 찾느라 헤매고 다녔다. 성을 두 바퀴 차로 돌아봤는데도 입구가 보이질 않았다. 입구 비슷한 곳을 찾아 들어갔는데 이 길은 후진도 할 수 없는 낭떠러지. 가슴 조마조마한 상황에서 겨우 차를 돌려 내려와야 했다.

정작 입구는 차들이 많이 주차되어 있는 곳에 있었다. 너무 휑한 곳이라 직원용 주차장 정도로만 보였는데 그 곳이 파라도르의 리셉션과 연결된 곳이었다. 일반 호텔의 로비처럼 화려한 곳이 아니라 입구가 눈에 띌 리 없었다. 밤에는 주차되어 있는 차들을 보면 되고 낮엔 레스토랑 표지판을 보고 찾는 게 쉬운 듯.

기둥이 있는 큰 침대.

가구들도 오래된 듯 낡아 보인다.

욕실은 그나마 현대식.

창밖으로 내려다 보이는 마을.

리셉션으로 들어가니 한산했다. 작은 호텔에 들어온 기분 같기도 한데 객실 수도 많지 않은데다 딱히 다른 부대시설이 없기 때문에 한 번 방으로 들어가면 나오는 일이 없어 다른 숙박객을 마주할 일은 식사할 때 빼곤 거의 없었다.

리셉션도 그렇지만 층마다 있는 살롱도 중세시대 가구와 장식이 그대로 남아있어 분위기가 독특했다. 방으로 안내되는 복도에는 수도원 시절의 그림들이 벽에 걸려 있는데다 군데군데 오래된 장식들이 있어 밤에 다니는데 괜히 무서운 느낌마저 들었다. 물어볼 게 있어 리셉션으로 가야 했는데 나가고 싶지 않은 정도였다.

안내된 방은 올라왔던 길 쪽 전망이 보이는 곳이었다. 오래된 가구들이 벽면에 배치되어 있고 기둥이 달린 큰 침대가 방 한 가운데 자리하고 있었다. 별4개급의 호텔이라고 하기엔 뭔가 떨어져 보였지만 아무래도 옛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한 이유가 아닐까 싶었다.

중세시대 장식이 그대로 남아있는 복도.

식사하기 좋은 분위기의 식당.

층마다 얘기 나눌 수 있는 살롱이 있다.

밖으로 나와 성을 둘러 보았다.

다음날 아침 아침에 파라도르를 다시 자세히 둘러 봤는데 층마다 살롱이 있어 차 한잔 하면서 얘기 나누기에는 좋았다. 성의 꼭대기에 올라가니 주변 풍경이 360도로 모두 들어왔다. 중세시대 이 곳에 있던 사람들의 기분이 어떠했을지 짐작해 보았다.

아침식사를 했던 레스토랑 또한 견고한 벽돌로 쌓은 곳이라 성에서 하는 한 번의 식사 기분을 충분히 만족시켜 줬다. 저녁엔 코스요리를 그렇게 비싸지 않은 가격에 맛볼 수 있다고 하는데 너무 늦게 도착한 탓에 맛을 보지 못한 게 아쉬웠다.

파라도르가 같은 급 정도의 다른 호텔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긴 하지만 엄청나게 비싼 정도는 아닌 만큼 스페인 여행이라면 한 번쯤 특별하게 묵어보는 것도 좋다. 찾아오는 손님에게 대부분 열린 공간이니 시간이나 경비를 아끼고자 한다면 그냥 성만 둘러보고 가도 된다.

파라도르 예약 http://www.parador.es/

야외에 있던 테이블.

꼭대기에서 본 풍경.

마을이 한 눈에 들어온다.

내려오는 길에서 올려다 본 카르도나 파라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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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느릿느릿느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