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있는 여행지일수록 자주 들리다 보니 사진으로 남겨두거나 기록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덜 들게 된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니 꼭 기념으로 남겨둘 필요가 없을 것만 같아 매번 그냥 지나가곤 했는데 멀리 나오고 나니 범어사도 새로워 보였다.
범어사는 여전했다. 20년 전에 찾았던 범어사나 지금 모습이나 큰 차이는 없었다. 그땐 범어사입구까지 와서 붐비는 범어사 전용 버스를 타고 범어사까지 이동했는데 버스가 아닌 자가용으로 이동하는 것 빼곤 여전히 그대로였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건 독점과 같은 90번 버스가 여전히 운행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범어사는 소풍으로 종종 가던 곳이었는데 유독 중학교 시절에 왔던 기억이 가장 생생하게 남아있다. 다른 해에 갔었던 건 단체사진으로만 남아있는데 중학교 때는 직접 필름 카메라를 들고 여기저기 찍고 다녀 사진으로 종종 예전 기억을 떠올려 볼 수 있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그러고 보면 사진만으로도 참 많은 추억을 연상시키게 되는 듯 하다.
그 이후로도 범어사는 참 많이 들른 곳이다. 범어사 뒤의 금정산을 오르면서 가끔 점심을 먹는다는 목적으로만 들르기도 했으니 다른 절들에 비하면 인연이 깊은 편이다.
의상대사가 창건한 범어사는 678년에 지어진 절로 오랜 역사를 지닌 곳이다. 도심 속의 사찰임에도 주변은 숲으로 우거져 도심에서 한참이나 떨어진 시골 같은 분위기가 풍긴다. 지금은 절의 앞 계곡까지 아파트가 들어서있어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깊은 산에 지어진 절을 보면 감탄할만한 자연히 함께하고 있다.
범어사가 있는 금정산은 금빛 나는 물고기가 하늘에서 내려와 우물에서 놀았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으로 범어사의 뜻도 범어 범에 물고기 어를 사용하여 붙여졌다. 다른 절들이 근사한 뜻을 가진데 비해서 소박하기 그지 없을 정도.
범어사를 지나 산길을 따라 오르면 금정산 정상에도 올라볼 수 있는 곳이라 가벼운 발걸음으로 찾아가기 참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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