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료칸 못지않은 전통한옥 라궁 이용기

라궁의 객실을 이어주는 회랑.

신라의 궁궐이란 뜻을 가진 라궁은 국내 최초의 한옥 호텔이다. 한국 전통의 주택양식으로 호텔을 만든다는 이색적인 컨셉에서 출발해 지어진 곳으로 한옥의 정취를 그대로 간직하면서 현대적 호텔의 서비스를 접목시켜 만들어 놓은 곳이다.

개방성을 중요시 하는 한옥의 특징과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호텔을 결합시키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닌데 라궁은 기본적인 골격과 외형은 한옥 모양을 띄면서 본 채에서 구조물을 연장해 마당을 살짝 덮는 형태로 만들어 각각의 단점들을 모두 해결해 건축상을 받기도 했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는 윤지후의 집으로 등장하기도 했고 무한도전 등의 오락 프로그램에도 나와 더 많이 알려지게 되었다.

누마루형 객실의 장점은 역시 후원이 보이는 누마루.

경주에 온 목적은 다른 이유도 많았지만 라궁에 묵기 위한 이유가 가장 컸다. 그러면서 경주의 여행지 곳곳을 구경할 수도 있으니 숙박시설이나 여행지나 서로에게 필요충분 요건이 되는 듯 했다.  

라궁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관리동 한옥.

반대쪽에서 보면 2층 구조로 2층이 한식당이다.

관리동의 1층 통로.

신혼부부가 있는 객실 앞은 청사초롱이 걸려 있다.

라궁은 신라 밀레니엄 파크의 부대시설로 지어진 것이라 신라 밀레니엄 파크 한쪽 편에 자리하고 있어 찾기도 어렵지 않았다. 라궁 숙박객을 위해 별도로 마련된 주차장을 이용해 2층짜리 한옥인 관리동 건물로 들어서면 체크인을 할 수 있다.

객실은 로열 스위트 한옥과 스위트 한옥으로 두 단계 등급이 있고 각 객실은 누마루형과 마당형 두 가지 형태의 한옥으로 만들어져 있어 선택하면 된다. 한옥 기분을 내기에는 후원을 바라볼 수 있는 누마루형이 마당이 조금 넓은 마당형보다는 조금 더 나아 보였다. 물론 이용하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거실의 천장으로 보이는 한옥의 골격.  

거실을 지나 나오는 온돌방.

온돌방 옆으로 자리한 양식침실.

누마루형이나 마당형이나 상관없이 한옥의 각 채는 거실, 온돌방, 양식침실 3개의 방으로 구성되어 있고 각 채마다 노천 온천이 마련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내부는 목재와 한지 등의 자연친화적인 소재를 사용해 통기성이 우수하고 자연적인 맛이 더해져 한국적인 정서를 느끼기 좋다. 기와지붕와 대청마루, 옷장, 탁자 등 가구 하나까지도 한옥의 느낌 그대로를 살리면서 TV, 냉장고, 에어컨, 비데, 샤워시설은 현대적으로 채워져 있어 지내는 동안 불편함도 없었다. 한옥 특유의 기능과 멋은 살리되 한옥은 불편함을 없앤 한국형 웰빙 숙박시설인 셈이다.

후원에서 본 누마루형 한옥.

마루로 만들어진 거실.

침대 옆의 조명등.

맛있게 먹은 과일.

모든 객실에 따로 마련되어 있는 노천온천은 지하 600미터에서 끌어올린 알카리성 온천수로 피부미용, 혈액순환, 신경통에 좋다. 온천 물을 받는데 1시간 이상 걸리는 점이 흠이긴 하지만 식사를 하러 가면서 틀어놓고 가면 돌아와서 방에서 잠깐 쉬다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다. 온천 물에 몸을 담그고 ㅁ자 모양으로 뚫린 하늘을 보고 있으면 신선 놀음이 따로 없는 듯 했다.

노천온천탕 옆의 대나무가 운치를 더해준다.

마당의 노천온천탕. 물받는 시간은 1시간 이상.

마당에서 올려다 본 하늘.

이런 점들을 보면 라궁은 일본의 료칸과도 유사한 점이 제법 많이 보인다. 각 채마다 노천 온천이 있는 것도 그렇고 호텔 내의 다양한 부대시설을 이용하는 것 대신 숙박 자체가 휴식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게다가 한정식 코스로 차려지는 저녁식사와 간단하게 제공되는 아침식사까지 료칸에서 제공되는 식사와 닮은 부분이다. 이런 부분 때문에 1인당 가격 또한 호텔을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비싼 것도 같다.

객실을 벗어나면 별다른 부대시설이 없는 대신 후원과 숙재헌이라는 볼거리를 가지고 있다.

후원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 조경시설로 자연 지형에 꽃과 나무를 배치하고 연못을 파, 아름답게 배치한 곳을 말하는데 숙박객들만 이용할 수 있는 곳이라 한가로이 거닐기 좋다. 밤에는 은은한 조명으로 부드러운 야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각 객실의 누마루에서 창을 열고 바라보는 후원의 전경도 아주 멋스럽다.

전통 조경시설로 꾸며진 후원.

밤에는 조명이 살짝 변하면서 야경을 뽐낸다.

누마루에서 본 후원.

숙재헌은 라궁 앞마당의 언덕에 위치한 3채의 한옥을 말하는데 청도 운문댐 공사 때 기증을 받아 라궁으로 옮겨왔다. 1664년에 지어진 오래된 한옥이라 예전의 한옥 모습이 어땠는지 볼 수 있어 구경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전체적으로 보자면 한옥에서 보내는 하루 밤도 이렇게 여류롭게 보낼 수 있으니 유사한 형태의 일본 료칸을 찾는 대신 라궁을 찾는 것도 나쁘지 않는 듯 했다. 다만 흠이라면 료칸에서 만나는 주인의 정성스런 서비스 보다는 호텔식 편의성만 남아 남들과 다른 특별한 이야기 거리는 얻지 못한다는 점이다. 다시 찾아오도록 만드는 이유가 없다면 그냥 호사스러운 하루를 즐기는 것 뿐인데 그것만으로는 아쉬움이 남는 곳이다. 

청도 운문댐 공사 때 기증받은 한옥, 숙재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