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2010. 10. 1. 16:27
거대한 강아지가 있는 아오모리 현립미술관.

여행정보가 많지 않은 곳을 가게 되면 불편한 점이 제법 많다. 다른 것들이야 어떻게 해결된다고 해도 교통편에 대한 정보가 없으면 길에서 시간을 버리거나 일정이 꼬이게 되니 더 그렇다.

현립미술관으로 가는 길은 아오모리라는 생소한 곳에서의 불편한 시작을 알리는 첫 단추였다. 정보를 얻어볼까 해서 찾아갔던 아오모리역 앞의 인포메이션에는 여행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한국어 책자는 얻을 수 없었고 딸랑 종이 한 장의 전단 하나뿐이었다. 그나마도 상세한 정보가 있는 것이 아닌 그냥 여행지 몇 곳을 소개하는 정도의 부실한 내용.

현립미술관을 가고 싶은데 한자로 되어 있는 현립미술관을 일본어나 영어로 어떻게 읽어야 할 지부터가 막막해 그냥 직원에게 종이를 내밀었다. 그랬더니 버스시간표가 적힌 종이 한 장을 건네 주었다. 일본어로 적혀 있긴 해도 이런 건 누구나 알아볼 수는 거라 더 이상의 대화는 필요 없었다. 답이 나오지 않을 때는 바디 랭귀지도 때론 편하다.^^

아오모리역 앞. 2번 버스정류소에서 타면 된다.

미술관 앞의 공원.

시간표를 보니 아오모리 현립미술관으로 가는 버스는 하루 10번 운행되었다. 거리가 멀지 않아 버스로도 20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버스시간표에 적힌 시간에서 정확히 1분 전에 도착했다. 아오모리에서 몇 차례 탄 버스 모두 정확하게 왔다. 지나간 버스는 탈 수 없으니 시간체크는 필수다.




미술관 외부 모습.

눈쌓인 미술관.(아오모리 현립미술관 제공) 

지상 2층, 지하 2층으로 만들어진 미술관은 건축 설계자인 아오키 준의 작품으로 심플한 외관의 건물을 하고 있다. 미술관에서 가까운 산나이 마루야마 유적과 일체화된 디자인이라고 한다.





아오모리 미술관 로고. A 혹은 나무(?).

미술관 벽에 있는 로고는 아오모리의 A를 뜻한다고 하는데 아오모리(靑森)의 한자에서 가져온 나무 모양을 연상시키는 듯 했다. 실제로 아오모리에는 <모리>라는 나무 캐릭터가 있어 더 그렇게 보였는지 모른다.


독특한 서체와 픽토그램.


미술관 내부는 모두 화이트로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하얀색의 벽에 새겨진 검은색 글씨와 픽토그램은 유난히 눈에 띄는데 키쿠지 아츠시 자신이 디자인한 것이다. 또 하나의 미술관을 돌아다니다 보면 미술관 직원들의 특이한 복장이 눈에 들어온다. 넓은 옷을 덮어 쓰고 있는 모습인데 조용한 내부 분위기와 어우러져 으스스한 느낌을 주었다.

입장권을 구입하고 가장 먼저 안내되는 곳은 샤갈의 방이었으나 미술관을 다 구경하고 밖에 있는 아오모리 켄을 구경하면 해가질 것 같아 거대한 강아지부터 보았다. 아오모리 켄은 이것 때문에 아오모리 현립미술관을 찾을 이유가 될 만큼 유명한 강아지다.



나라 요시모토 작품인 8.5m 높이의 아오모리 켄.

미술관 외부에 자리한 아오모리 켄은 미술관 건물의 높이와 비슷한 크기로 나라 요시모토의 작품이다. 나라 요시모토 그림에 나오는 고유의 표정을 하고 이는 모습이 미술관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데다 미술관에선 유일하게 사진촬영이 가능해 억눌린 사진을 찍느라 분주해지는 곳이다.

내부는 촬영금지. 보이는 세 개의 벽면에 샤갈의 그림이 있다.(아오모리 현립미술관 제공)

미술관 내부로 들어가 큰 그림이 압도하는 샤갈의 방으로 들어섰다. 마르크 샤갈이 발레 <아레코> 공연을 위해 제작한 무대의 배경 그림으로 세로 9미터, 가로 15미터인 크키에 입이 딱 벌어진다. 이 곳엔 바퀴 달린 1인용 의자들이 가운데에 놓여 있어 큰 그림을 편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해 두었다. 그냥 쉬면서 편하게 그림에 빠져도 된다.

다른 곳으로 가니 2005년 한국에서 전시되었던 나라 요시모토의 <서울하우스>가 자리하고 있었다. 한국에서의 전시를 끝낸 뒤 분해한 다음 이곳에서 다시 조립했다고 한다. 숲 속의 작은 오두막을 연상시키는 조그만 나무집은 나라 요시모토의 작업실을 재현해둔 방을 비롯해 포근해 보이는 방들과 나무 느낌을 살려 안락하게 보이는 공간을 전해 주었다. 그 뒤로 특이한 복장의 직원이 계속 눈에 걸리는 곳이기도 하다.

아오모리 현립미술관에는 나라 요시모토의 작품이 많은데 나라 요시모토의 출생지가 바로 아오모리현 히로사키이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판화의 천재로 불리는 무나카타 시코 등 아오모리 출신 작가들의 작품이 많은 편이다.

미술관 샵에는 작품들로 만든 기념품을 판매한다.

미술관 내에 있는 샵까지 둘러보고 나오니 해가 저물었다. 미술관 벽의 로고는 조명이 들어와 낮과는 또 다른 모습. 몇 장을 사진을 찍다 마지막 버스를 놓칠까 싶어 빠른 걸음으로 버스정류소까지 이동했다. 정류소가 가까워 시간을 꽉 채워 구경할 수 있으니 시간 안배를 잘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아오모리 현립미술관 가는 방법
아오모리역 2번 버스정류소에서 면허센터행 탑승
아오모리역→현립미술관 8:05, 8:35(평일), 9:10, 10:05, 11:05, 12:05, 13:05, 14:05, 16:05, 17:05(주말), 17:15(평일)
현립미술관→아오모리역 9:49, 10:49, 11:49, 12:49, 13:49, 14:49, 16:49, 17:49(주말), 18:01(평일)
이용료 270엔(택시 5.7Km, 1,700엔~1,800엔)
소요시간 20분

아오모리 현립미술관(아오모리 켄리츠비쥬츠칸) http://www.aomori-museum.jp/
휴관일 매월 둘째, 넷째 월요일(공휴일인 경우 다음날), 12월27일~12월31일
관람료 50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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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느릿느릿느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