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2010. 10. 20. 16:30
사색에 잠기는 공간, 료안지 카레산스이.

금각사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에 위치한 료안지는 금각사를 구경할 때 보통 같이 둘러 보는 곳이다. 금각사에서 가는 버스가 있긴 한데 워낙 띄엄띄엄 오는 버스라 걸어가나 차로 가나 시간은 엇비슷한 거리다. 패스를 가지고 있는 경우라면 모를까 굳이 버스를 기다려서 탈 필요는 없는 듯 했다.

료안지는 1450년 무로마치 시대 후기에 지어진 절로 카레산스이라 불리는 정원으로 알려져 있다. 카레산스이 정원은 산수화에 원근법을 도입한 송나라 화가의 그림에서 유래된 것으로 정원은 정원인데 보통의 정원에 있는 물이나 나무는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대신 망망대해를 뜻하는 모래와 그 위에 섬을 의미하는 15개의 바위가 올려져 있다.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15개가 모두 보이지 않는다. 단, 모형에선 볼 수 있다.

이 돌들은 각각 5개, 2개, 3개, 2개, 3개씩 무리지어 있다 보니 어느 방향에서 보더라도 다른 돌에 가려져 14개 이상 보이지 않도록 배치했다. 이는 "자신이 가진 것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는 선종의 정신을 보여주는 것으로
깨달음을 통해서만 15개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아무리 눈으로 보기 위해 애를 써도 볼 수 없으니 노력할 필요는 없다.

이런 선종의 이미지 때문인지 서양인들에게 동양의 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료안지의 정원이라고 할 만큼 동양의 정신세계를 의미하는 곳이기도 하다. 다른 곳에도 관광객들이 많지만 이 료안지에서 카레산스이를 바라보는 사람들 다수가 서양인들인 것을 보면 유독 동양의 이미지를 이 곳에서 찾으려고 하는 것처럼 보여 기분이 묘하다.

카레산스이 반대쪽에 있는 스쿠바이.


뒤쪽은 보통 정원의 모습.

다실에서 카레산스이를 내려다보면 남다를 듯.

또 다른 볼거리는 카레산스이의 반대 편에 자리한 스쿠바이라 불리는 웅덩이다. 원래 목적은 다실에 들어가기 전에 손을 씻는 물인데 웅덩이의 낮은 위치 때문에 반드시 허리를 굽히도록 만든 것이 다른 웅덩이와의 다른 점이다. 스쿠바이는 웅덩이 둘레에 쓰여진 한자인 오유지족을 말하는 것으로 한자 하나하나는 별다른 의미가 없고 물이 들어 있는 사각형의 모양인 입구(口)를 더했을 때 "현재에 만족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가 드러난다.

료안지의 입구.



료안지 내의 연못.

이 외에는 료안지에서 볼거리가 많지 않다.

입구를 지나면 큰 연못이 하나 있는데 갑갑한 인상을 받았다. 옆의 금각사에서 보고 온 넓은 연못과 비교되기 때문이다. 연못의 규모는 비슷한데 연못 주변이 나무들로 둘러 쌓여 연못 전체를 보기가 쉽지 않은데다 연못은 수련으로 가득 차 있어 넓은 연못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느낌이었다. 연못의 가운데에는 조그만 신사가 자리하고 있지만 큰 면적은 아니고 신사로서의 기본적인 것만 갖추고 있는 형태였다.




연못 가운데에 있는 조그만 신사.

사실 료안지는 많은 기대를 가지고 갔다. 이전에 보았던 다른 사찰의 규모에 카레산스이의 정원도 있는지라 시간이 촉박했음에도 무리한 것이라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눈에 보이는 것보단 드러나지 않는 선종의 정신을 이해하지 못한 탓은 아니었을까 싶었다.


서쪽 정원은 비공개 지역.

스팸 댓글이 늘어 로그인 한 사용자만 댓글을 허용하였습니다. 티스토리 아이디가 없으시면 방명록에 남겨주세요.^^
Posted by 느릿느릿느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