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오세아니아2010. 11. 5. 11:00
투어 기분이 나는 뉴질랜드 국내선.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의 하늘 사진을 처음 보면서 감탄하던 때가 떠오른다. 땅 위에서는 똑 같은 풍경인데 하늘 위에서 본 땅의 모습들은 상상하던 모습 그 이상이던 사진들. 멋있다라는 말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건 돈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거 아닐까라는 빈정거림도 자연스레 생겨났다.

모두에게 이런 기회가 있다면 이것보다 더 멋진 사진이 나올 수 있는 거 아닐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물론 그런 시도를 한 것 자체가 창조자이겠지만 말이다.


푸른 하늘이 인상적.

하늘 사진을 찍어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라스베가스에서 그랜드캐년으로 가는 헬기 안에서 열심히 땅 위의 모습들을 사진 속에 담았던 적이 있었다. 그때 하늘 위에서 담아내는 사진의 매력을 알았기에 기회가 되면 또 남겨보고 싶다는 욕구는 더욱 간절했다.

그런 마음으로 뉴질랜드에 왔으니,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한 사진은 항상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하지만 경비행기나 헬기 투어는 투어 자체만으로도 고가인지라 선뜻 결정 내리기는 쉽지 않았다. 게다가 멀미를 즐겨 하는 아내와 아직은 작은 아이까지 데리고 하늘에 오른다는 것 자체도 새롭게 덧붙은 고민거리였다.

그렇게 한참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을 무렵 오클랜드에서 크라이스트 처치로 가는 뉴질랜드 국내선에 올랐다. 오른쪽 창가 좌석에 앉아 생각을 해보니 국내선으로 가면서 내려다보는 뉴질랜드의 모습도 장관일 듯 했다. 자연경관 하나만큼은 돋보이는 곳이니 어딜 찍어도 멋있을 거라는 생각은 창 밖을 내다보는 순간 정답임이 확인되었다.

북섬을 지나갈 때는 바다 위로 지나가던 코스는 남섬으로 내려오자마자 눈으로 덮힌 설산들과 넓은 평원, 자연 그대로의 강줄기들이 그대로 드러났다. 여지간 하면 비행기 안에서 창 밖 풍경은 관심에도 없던 난 신기한 풍경이라도 발견한 듯 비행기가 착륙하기 직전까지 셔터를 연신 눌러댔다.





줄지어 있는 눈 덮힌 산.

국내선 이용료는 겨우 55불. 이동도 하면서 남섬 북부의 풍경까지 구경할 수 있었으니 본전을 뽑고도 남는 일이었다.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 이전에 하던 투어에 대한 고민도 모두 해결되었다. 무리해서 투어를 할 필요는 없다는 것. 국내선으로 만족한다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저런 고민 사이에 충분한 타협안이 되었던 셈이다.

경비행기나 헬기 투어를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지난 일. 한동안 인터넷 상에서 발동 걸릴만한 사진들을 좀 피해 다니면 두고두고 묻혀질 듯 하다.




 넓은 농장과 자연 그대로의 강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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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느릿느릿느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