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2010. 11. 10. 10:00
전기 대신 호롱불로 밝히는 아오니온천.


아오니온천은 별도로 예약을 하고 찾은 것은 아니다. 예약을 하는 게 당연히 좋겠지만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성수기도 아니고 예약을 한다고 가격이 내려가는 것도 아니어서 일정상 맞으면 들러보겠다는 정도였다.

1박 가격은 한 사람당 9,600엔. 가이세키 석식과 조식이 포함된 가격이니 아오모리에 있는 온천들 중에서는 중간 가격이었다. 체크인을 하고 안내 받은 방은 히노키탕이 있는 건물의 2층 방.

아오니온천 로비.

객실은 3시 이후 숙박객 전용이 된다.


콘센트도 잠그는 키도 없는 방.

료칸이라고는 할 수 없으니 좋은 시설은 염두에 두지 않았지만 좀 심하게 작은 크기의 방이었다. 객실에는 테이블에 가지런히 놓여진 녹차와 금고 하나가 마련되어 있는 게 구비된 시설의 전부. 호롱불로 밝히는 곳이니 전기 시설은 당연히 없고 보통 객실에 있는 세면대나 화장실, 문을 닫는 키도 없었다.

방을 들어서자마자 아무 생각 없이 콘센트부터 찾았는데 보이지 않아 한참 찾았는데 찾다 보니 혹시 새어 나올지 모르는 문명의 불빛들을 차단하고자 하는 의도를 알 것 같아 찾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느껴졌다.

세면대나 화장실도 그랬다. 공동으로 사용하는 곳이 있긴 했는데 세면대를 이용하는 사람을 본 적은 없었다. 바로 아래 좋은 온천이 널려 있는데 굳이 세면대에서 씻을 일은 없기 때문이었다.

실제로는 호롱불 조명이라 매우 어두운 식당.


저녁식사로 나온 일본식 화로에 구운 생선과 연어.


깔끔하게 차려진 아침식사.

식사도 셀프서비스에 가까운 형태를 하고 있다. 정해진 식사시간에 맞춰 식당으로 가면 각 자리마다 숙박객들의 이름이 적혀 있고 그 자리에 앉아 알아서 식사를 하면 된다. 밥과 된장국은 가운데 마련된 밥통과 국그릇에서 본인이 알아서 덜어먹도록 되어 있고 사케라도 한 잔 마시려면 카운터에 가서 직접 얘기를 해야 하는 반셀프다.

식사를 하기 위해 숙박객들이 모여 드니 한동안 북적거리는 모습이 어수선했는데 은은한 호롱불 아래라 그런지 어수선함에 비해서는 그다지 신경 쓰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여행객들이 많아 어느 순간 터진 플래시 뒤로 서로 사진을 찍느라 더 정신이 없어 보였다. 숙박객들 대부분이 온천의 명성을 따라 온 여행객들임을 인증한 셈. 그래도 워낙 어두워 플래시가 터진 사진은 호롱불 분위기가 나질 않았고 플래시를 사용하지 않은 사진은 심하게 흔들려 마음에 들진 않았다.

저녁식사는 일본식 화로에 구워진 생선과 아오모리의 향토요리인 게노지루 등이 나왔고 아침식사는 가리비가 들어가 있는 가이야키미소에 밥과 몇 가지 반찬들이 올려져 있었다. 특히 이곳의 생선요리와 연어는 그 향과 맛이 일품이었다.




식당 맞은 편에 있는 기념품 매장. 유일하게 밝은 전기가 들어온다.

식사를 하고 나오면 바로 앞에 간단한 기념품 매장이 있어 소화도 시킬 겸 들러 보았다. 아오니온천만의 기념품은 두 개 정도가 눈에 들어왔는데 하나는 호롱불이 그려진 타올, 하나는 아오니 온천의 사계를 그린 엽서였다. 그림이 마음에 드는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 엽서는 어느 환자가 요양을 위해 이곳에 머무르면서 그린 사계라고 해 한 번 더 들여보게 되었다.

매장의 의자에 앉아 있으니 일하는 분이 아오모리 사과 하나를 꺼내와 맛을 보라며 사과를 건네주었다. 아오모리에서 맛보는 사과 맛도 끝내주지만, 사과 인심 하나는 후한 듯 보여 기분 또한 좋아졌다.




아오니온천 여기저기에 있는 호롱불.

아오니온천은 해가 지고 나면 딱히 할 일이 없었다. 시설이라곤 온천뿐이니 조금 쉬었다가 한밤의 노천온천도 즐겨봤지만 온천도 여러 번 들어가면 지치는 지라 어슬렁거리다 일찍 잠들어야 했다. 이불도 직접 깔아야 하니 또 한 번 번거로운 수고를 거쳤다.

아오니온천은 이런 불편함들이 현대인의 익숙함에서 나온 것을 깨닫게 해주는 듯 했다. 휴대폰이 터지지 않아도 하루 정도 인터넷을 하지 않아도, 전기가 없어도, 방문 키가 없어도 사는데 크게 지장은 없다. 이런 저런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아오니온천을 찾는 이유는 고민을 잊고 휴식을 가질 수 있는 여유를 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핫코다산의 온천들이 대부분 수 백년의 역사를 지닌 것에 비하면 비교적 짧은 역사를 지녔지만 아오니온천만의 이런 매력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이 찾는다고 하니 그저 감탄할 뿐이다.


구형 전화기 왼쪽으로 아오모리 관광포스터가 붙어있다.


아오니온천 벽면 소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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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느릿느릿느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