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오세아니아2010. 11. 15. 07:00
구름 아래, 밀포드 사운드로 들어가는 길.

아내가 임신을 하고 나서 주변 사람들은 우리에게 이제 툭하면 떠나는 여행은 끝났다라는 말을 했다. 딱히 아이를 맡길 곳이 없는 우리에게 아이를 데리고 예전처럼 발이 부르트게 돌아다니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

아이와의 여행을 포기하는 대신 우리는 여행 방식을 바꿨다. 공항에 내리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렌터카를 빌려, 가방을 들고 다니는 이동거리를 줄였다. 유모차를 밀고 버스나 기차를 오르내리는 일이 많지 않아졌으니 여행은 예전에 비해 조금 더 수월해진 편.

대신 또 하나의 문제가 남아 있었다. 아이도 사람이라고, 짐을 꾸리다 보니 캐리어 하나만큼의 짐도 늘어나 매일마다 가방을 싸서 나오는 일이 식사하는 시간보다 더 오래 걸렸다. 아무리 일찍 일어난들 식사하고 짐 꾸리면 오전 시간이 금새 흘러가기 일쑤였다.

마운트 쿡으로 올라가는 길.

그렇게 몇 번의 여행을 하면서 얻은 결론이 장기간 여행은 캠퍼밴으로 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동하는데 걱정도 없고 매일 아침마다 가방 쌀 일도 없는 것은 당연하고 식사나 숙박도 원하는 곳에 가서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자유로운 여행은 없어 보였다.

캠퍼밴 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 몇 곳 있지만 뛰어 놀 수 있는 환경이나 안전을 고려했을 때 뉴질랜드가 최적인 듯 했다. 일찌감치 여행일정을 잡고 항공권이나 캠퍼밴 예약도 출발 4개월 전에 모두 마무리해 여행 전의 들뜬 기분을 오래 즐겼다.


크라이스트 처치의 마우이 캠퍼밴 주차장.

4개월만에 크라이스트 처치에서 마주한 4인승 마우이 캠퍼밴은 생각보다 무척 컸다. 승용차 외엔1톤 트럭을 몇 번 몰아본 적은 있었지만 그 이상의 크기라 살짝 부담이 갔다. 운전석에 앉으니 높이뿐 아니라 폭도 넓어 승용차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 들었다.

내부는 좋았다. 마우이 캠퍼밴이 비교적 신형 캠퍼밴으로만 운영하는 회사다 보니 수납장, 식기류, 화장실 등 모두 깨끗했다. 새 집을 구경하는 사람들마냥 이것저것 열어보면서 한참을 감탄하면서 들여다 보았다. 다만 잠을 자야 하는 침대 부분만 세탁한 기름 냄새가 풍겨 깔끔하진 않았는데 그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남들 눈치 보지 않고 아이와 가볍게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게 어딘가.


4인승 마우이 캠퍼밴 운전석.



가스렌지와 전자렌지가 있는 주방.

주방 맞은 편 세면대 겸 화장실.


낮에는 편한 의자, 밤에는 2인용 침대로 변신.

운전석 머리 위에 있는 2인용 침대. 낮엔 이동하기 편하게 올려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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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느릿느릿느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