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하루2010. 12. 14. 16:15
풍산개마을에서 운영하는 산책 체험 프로그램.


강아지를 좋아해 동네 개들을 다 괴롭히고 다니는 아이 때문에 경기도 안성의 풍산개마을을 찾았다. 풍산개마을에서는 풍산개를 빌려 산책을 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 있어 강아지를 좋아하는 아이에게 즐거운 시간이 되어줄 듯 해서였다.

풍산개마을은 덕산리 이장인 이기운 씨가 12년 전 북한에서 풍산개를 들여온 지인에게 5마리를 넘겨 받아 키우기 시작한 것에서 출발하는 작은 농촌마을이다. 처음 다섯 마리였던 풍산개는 관리를 통해 한때 800마리까지 개체 수가 늘어났고 이를 기반으로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마을”로 선정되어 자금의 안성맞춤 풍산개마을로 확대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풍산개는 알려진 것처럼 함경남도 풍산군에서 길러지던 북한 개다. 평상시는 상당히 온순하나 싸울 때는 사나운데다 머리가 영리해 사냥개로 많이 쓰여졌다고 한다. 다른 개에 비해 추위에 강하다는 것도 풍산개의 특징 중 하나.

이맘때가 아니었다면 개썰매 타기, 분양 등 풍산개 관련 프로그램과 농장견학, 주말농장, 먹거리체험 등의 농촌마을 체험 프로그램 등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풍산개를 보는 것이 주목적이었으니 춥다고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풍산개마을 입구에 있는 풍산이.


50년 된 보리수나무가 있는 마당.

풍산개마을로 가는 길은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작은 표시판 하나만 세워져 있어 일부러 찾지 않으면 지나칠 것 같은 정도. 표지판이 서 있는 자리에서 마을 입구 길을 따라 들어가니 멀리서부터 메타세콰이어 길이 눈에 보였다. 담양이나 남이섬의 다른 메타세콰이어 길과 비교할 만큼은 아니지만 꽤 분위기 있는 길이었다. 나무의 수령이 적은데다 겨울철이라 앙상한 가지에서 받는 느낌뿐이라 아쉽다는 게 흠.

나무 위에서 풍산개를 쳐다보던 고양이 한마리.

구운 은행열매를 맛보았다.

풍산개마을의 사육장은 바로 이 메타세콰이어 길 가운데에 자리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많았다면 주차된 차들도 많아 붐볐겠지만 주차장도 사육장도 썰렁해 이용하기 오히려 좋았다. 이 곳에 있는 동안 본 사람들이라고는 이장님과 일본인 부부뿐이었으니 한적한 풍경이 그려질 만하다.

한쪽에 마련된 사육장. 안으로 매우 깊다.


근처에만 가면 반가워 짖는다.

일단 사육장을 한 바퀴 돌면서 풍산개들을 먼저 구경했다. 사육장에 있는 풍산개들은 어느 정도 큰 개들이라 움직임이 재빠르고 소리도 우렁찼다. 사람으로 치면 초등학생쯤 되는 셈인데 가까이 다가가니 과하게 짖으면서 철창 앞으로 모여들었다. 친근감의 표시 같았는데 막상 밖에 있는 풍산개들은 가까이 다가가도 귀찮다는 행동만 보여 대조적이었다.

집 앞에 앉아 있어 손님이 아닌 것처럼 보였던 일본인 부부는 이곳에서 풍산개를 분양 받았다고 했다. 사는 곳이 아파트라 개를 집 안에서 키울 수 없어 분양 받은 개를 이 곳에 두고 한 번씩 보러 오는 식이었는데 풍산개가 덩치가 크니 그런 방법도 괜찮아 보였다.



산책에 나선 풍산개와 아이.



다른 풍산개를 보더니 온갖 애교를 부린다.

풍산개 중 한 마리를 빌려 산책길에 나섰다. 선택 받은 풍산개는 태어난 지 2개월 되는 강아지였는데 어떻게 보면 아이가 같이 걷기에 딱 알맞은 듯 했다. 처음 목줄을 매고 산책을 나가는 길이라 조심스러워 계속 쓰다듬어줬더니 아이가 목줄을 잡고 끌고 가는 게 아니라 아이를 끌고 따라오는 활발함을 보였다. 그러는 것도 잠깐 밖에 나와 있는 일본인 부부의 풍산개를 보더니 친한 척 매달려 한참을 지켜보기만 했다.


풍산개마을 앞의 메타세콰이어길.

강아지를 데리고 메타세콰이어 길로 나갔더니 아이 둘을 데리고 산책하는 기분이 들었다. 조르르 뛰어가 안아달라고 조르는 건 아이나 강아지나 똑같았다. 이 때만큼은 둘 다 동작도 빨라진다. 지나가는 차 하나 없는 메타세콰이어 길을 산책하고 있으니 여유로움이 느껴졌다. 약간의 추위는 강아지를 데리고 다니는 즐거움에 비해 아무 것도 아닌 듯 했다.

강아지와 산책을 마친 다음, 풍산개마을에서 장독대로 유명한 서일농원으로 움직였다. 전통 방식으로 만든 된장찌개와 청국장은 그것 자체로도 보양식이 따로 없는데 풍산개마을에서 차로 10분 거리니 마다할 이유도 없었다.

풍산개마을 http://www.aspsdog.com/
서일농원 http://www.seoilfar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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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느릿느릿느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