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오세아니아2010. 12. 28. 18:45
살짝 올라가고 싶던 정상 부근.

크라운 레인지 로드는 와나카와 퀸즈타운을 잇는 길이다. 대부분 황량한 산길로 이뤄져 뭔가 특별히 볼거리가 있다기 보다는 길 자체가 이국적인지라 드라이브 코스로 알맞은 듯 했다.

와나카에서 늦게 출발한 바람에 크라운 레인지 로드에 접어들었을 때는 점심시간이 지난 뒤였다. 괜찮은 장소가 나타나면 식사를 하려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흔하게 보이던 피크닉 에리어가 이 구간에는 없었다. 잘하면 식사를 건너 뛰는 상황이 되겠다고 고민하고 있을 무렵 괜찮은 곳이 하나 나타났다.

크라운 레인지의 정상이라고 불리는 지점이었는데 정상 부근에 주차할 수 있는 곳이 마련되어 있어 전망을 구경하고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훌륭한 전망까지 갖춰진 곳이니 풍경을 반찬 삼아 점심을 해결하는 것도 좋을 듯싶어 주차를 한 다음 차에서 내렸다.


멀리까지 보이는 전망대.



주차장 옆으로는 산으로 오를 수 있는 등산로가 이어진다.

당연히 이 곳의 전망은 끝내줬다. 날씨도 좋아 멀리 떨어진 퀸즈타운까지 한눈에 보이는 듯 했다. 주변 풍경도 아름다웠다. 푸른 하늘에 펼쳐진 산들은 눈을 편안하게 해주었고 바람도 선선하게 불어왔다. 다만 딱 하나 거슬리는 점 하나가 문제였다.

주차를 해둔 몇 미터 앞이 낭떠리지였는데 별다른 턱이나 추락을 방지할만한 시설이 없어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공포감이 느껴졌다. 끝자락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 아무 것도 아닌데, 돌아서 주차된 차를 보니 지리적인 착시현상 때문인지 차가 아래로 굴러 떨어질 것처럼 보였다.

그 때문인지 아내는 차에서 한번 내리고 나더니 멀미 나올 것 같다며 금방 차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 곳에서는 식사를 하지 못하겠다면서. 그렇다고 딱히 다른 곳을 찾아 식사를 하기도 애매한 시간이라 멋진 풍경을 배경 삼아 먹을 수 있는 기회라면서 설득을 했지만 어지러움을 느끼는 건 사실 똑같았다.



정상에서 내려와 산을 다시 올려다 본 모습.

그래도 어쩔 수 없으니 낭만적인 풍경을 눈 앞에 두고 즐기는 식사는 포기하고 커튼을 모두 치고 식사를 하는 실리를 택했다. 가스 불을 켜서 식사 준비를 하고 테이블을 펼치고 차 안에서 식사를 했는데 사람 심리라는 게 커튼을 가린다고 바깥의 현실이 사라지는 건 아닌 듯 했다.

밥 한 그릇 먹는 손길이 어찌나 빠르던지. 반찬도 보지 않고 밥만 먹은 것 같았다. 그땐 말도 꺼내지 않았지만 여행 중 가장 급하게 먹은 식사 아니었을까 싶다.



홀로 서 있던 나무 한 그루.


길을 따라 조금만 내려가면 애로우타운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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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느릿느릿느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