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하루2011. 3. 23. 07:00
오징어 먹물빵으로 만든 치즈 버거.

몇달 전 퇴근을 하다 집 근처에 새로운 가게가 공사중인 모습을 보고선 진작부터 기대를 했던 곳이 있었다. 집 근처에 들어와 있는 식당들은 대부분 전형적인 고깃집이거나 조그만 카페, 아니면 분식집 같은 작은 한식집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 곳은 공사할 때부터 인테리어가 다른 곳과는 달라 보였기 때문이었다. 간판을 달고 들어온 곳은 바로 제이스버거라는 수제버거 전문점.

오픈을 한 뒤 몇 일이 지나서 이곳을 찾았다. 날씨가 무척 추웠던 1월이었는데 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선 순간 포근함이 느껴졌다. 창가 자리는 해가 잘 들어 따뜻해 보인 탓에 자리가 없었고 안쪽에 벽돌로 인테리어를 한 자리가 비어 있어 앉았는데 막상 이 자리는 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찬바람이 들어와 조금 추웠다.



조용하고 포근한 분위기.

버거 집이니 메뉴는 다양한 버거들이 나란히 하고 있었다. 버거에 들어가는 고기는 모두 1등급 횡성한우라고. 그 때문인지 메뉴판에는 버거 전문점에서 없을 만한 횡성한우를 사용한 스테이크 메뉴가 있기도 했다. 버거 전문점에 와서 스테이크를 먹는 사람을 본 적은 없지만 적어도 버거에 들어가는 고기에 대한 신뢰감만은 높일 수 있었다.

한쪽에 있던 맥주병들.

주문한 메뉴는 버섯 버거(쉬룸버거)와 스테이크 앤 치즈샌드위치. 둘 다 버거로 시킬까 하다가 처음이니 맛도 볼 겸 버거 두 개 대신 샌드위치 하나를 주문했다.

버거를 주문할 때는 두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 빵은 흰빵과 오징어 먹물빵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었고 버거에 들어가는 소스도 마요네즈, 머스터드, 케첩, 와사비, 고추장 등에서 고를 수 있도록 했는데 처음 맛보는 것이니 무난한 흰빵과 머스터드 소스를 선택했다.


버섯 버거. 횡성한우로 만든 속이 일품.

잠시 뒤 나온 버섯 버거는 빵 모양이 일그러져 있긴 했지만 푸짐해 보이는데다 사이로 보이는 두툼한 고기가 시각적으로 입맛을 돋우어 주었다. 대충 봐도 버섯과 토마토가 삐죽이 나와 있어 내용물이 들여다보이는 상태였지만 모양 때문인지 뭔가 어설픈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적당히 재료를 나눠 한입 물었더니 뜻밖에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오~ 그 동안 먹었던 버거는 버거가 아니었던걸까. 차원이 다른 맛이었다. 소고기를 불에 구워 그대로 빵에 싸서 먹는 느낌이랄까. 씹는 기분 자체가 달랐다. 거기에 버섯 향이 풍겨주니 정말 고기를 먹는 것만 같았다.


스테이크 앤 치즈샌드위치는 불고기 맛이 난다.

스테이크 앤 치즈샌드위치도 일품이었다. 버거가 고기를 먹는 느낌이었다면 샌드위치는 고기를 얇게 썰어 조리한 덕에 불고기 맛이 났다. 불고기가 양파와 잘 어울리듯 샌드위치 또한 양파와 잘 어울렸다. 나름 좋은 맛이었는데 버거를 먹은 다음이라 버거 쪽에 손이 더 갔다.

함께 주문했던 탄산음료는 캔으로 나왔는데 이렇게 나오면 기분대로 나눠 먹을 수 있어 버거 전문점에는 괜찮은 듯 했다.


초기에 사용하던 메뉴판.

이쯤되면 글이 끝나야 하지만 이후에 또 한번 들렀다. 한 달만이었는데 그 사이 메뉴판이 바뀌어 있었다. 버거 이름도 바뀌어 예전에 쉬룸버거로 표시되어 있던 파격적인 메뉴 이름은 버섯버거라는 평범하고 무난한 이름으로 탈바꿈 했다. 아무래도 각 메뉴마다 색다르게 붙여 넣은 이름이 메뉴판을 보는 손님들에게 어필하지는 못한 게 아닌가 싶다. 뭐 메뉴 이름이 중요한 것은 아니니.

왼쪽이 버섯 버거+흰빵, 오른쪽이 치즈 버거+오징어 먹물빵.

두 번째 방문에서 먹은 것은 첫 번째 방문에서 먹었던 버섯 버거에 치즈 버거를 새롭게 주문했다. 버섯 버거와 다른 건 버섯 대신 치즈가 들어있다는 것뿐. 대신 빵을 오징어 먹물빵으로 바꿔 보았다. 맛은 역시나 여전히 맛있었다.

막 튀겨낸 감자튀김.

감자튀김 또한 막 새로 튀겨낸 것이라 잘 익혀 나왔다. 함께 나온 케첩이 어찌나 댕기던지 케첩을 엄청나게 짜서 먹었다. 아마도 우리가 가고 나서 케첩이 왜 이렇게 줄었나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다른 걸 섞지 않고 횡성한우만을 사용한 버거, 인공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은 진짜 버거 맛을 보고 싶다면 힘들겠지만 일산으로 와야 한다.

백석동 외진 곳에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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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느릿느릿느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