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하루2011. 4. 26. 08:00
학동마을 최영덕 씨 고가 담장.


전날 숙박을 했던 흙시루에서 고성군의 관광지도 하나를 얻었다. 주인 아주머니와 식당에서 얘기하다 눈에 보여 방으로 가져온 것인데, 방의 TV 위엔 더 많은 지도가 놓여 있어 헛수고를 한 듯 했다.

요즘 펜션들은 그 지역의 관광지도를 원래 준비는 원해 해두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별다른 준비 없이 내려온 여행객에게 지도는 보물지도나 다름 없는 것이었다. 보통 펜션마다 관광지도 준비해 두는 게 아니라면 고성군 홍보대사라도 추천해 드려야 할 듯 하다.

지도를 펼쳐서 제일 먼저 한 일은 내려와서 보기로 한 여행지들을 체크하는 것. 정확한 위치를 모르고 있었던 지라 지도를 펼쳐놓고 여행지를 체크하는 일은 숨은 그림 찾기를 하는 듯한 재미가 있었다. 그렇게 하나하나 근처에 있는 상족암 군립공원부터 박진사 고가까지 체크하다 보니 고성군 전체를 가로지르는 코스가 그려졌다. 아무래도 무리가 아닌가 싶었는데 거기에 만족을 못했는지 예정에 없던 코스 중간의 여행지까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분명 무모한 일이었는데 지금 기회가 아니면 또 언제 오냐며 집어 넣은 코스가 학동마을 옛 담장과 학림 최영덕 씨 고가였다. 지도에 딱 한장 있는 담장 사진이 꽤나 운치 있어 보였던 데다 상족암 군립공원에서 고성읍으로 가는 길에 있어 시간적인 부담 또한 적을 것이란 생각도 있었다.

예상했던 대로 학동마을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표지판도 잘 되어 있는데다 별다른 갈림길로 없어 출발 후 얼마 되지 않아 학동마을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문제는 마을 앞에 도착해서였다.

보통의 여행지와는 다른 생 뚱한 모습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너무나 평범하고 한적한 시골마을 풍경인데다 차를 세울만한 곳도 마땅찮아 동네 앞 마을회관에 슬그머니 세웠더니 정말 누구네 시골집을 찾아온 것만 같은 한적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꼭, "여기 차 왜 세웠어요?" 물어보면. "여기 철수네 집 왔어요" 대답해야 맞을 듯 보였다.

옛 담장은 바로 주차한 곳부터 시작되었다. 카메라를 들고 그냥 마을 산책 나간 기분으로 마을을 한 바퀴 들러볼 생각으로 길을 나섰다. 새끼 강아지 한 마리가 뛰어 놀던 집 앞에서 잠깐 서서 구경했는데 집 주인 아저씨가 혈통 좋은 강아지라며 말을 걸어왔다. 여행객 보는 일도 드문 일이라면서…



학동마을 거리 담장.

이 곳 옛 담장은 근처에 자리한 수태산에서 채취한 납작돌과 황토를 이용해 쌓은 것으로 다른 마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사진이 예쁘게 보이는 이유 또한 마을 전체가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 더 걸어가니 일부러 찾아가봐야 하나 싶었던 학림 최영덕 씨 고가가 나왔다. 이 고택은 전형적인 남부 지역 부농 가구의 형식으로 지어진 집으로 지금도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집이다.




최영덕 씨 고가 담장과 대문채.

옛 담장들 사이에 있어 운치가 더해지는 고가는 대문채 수리가 한창이었다. 망치 소리 외에는 마당 안으로 들어가 사진을 찍기에도 민망한 정적이 흘렀는데 발자국 소리를 들었는지 집 안에 있던 강아지가 뛰어 나와 무섭게 소리를 짖어댔다. 그런다고 묶인 개를 겁내지도 않겠지만 조용한 마을에 이방인이 들어와 소란을 일으키고 있는 듯해서 괜히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최영덕 씨 고가 사랑채.


안채와 바깥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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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느릿느릿느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