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형적으로 바람이 많이 부는 바람의 언덕.

외도나 다녀올까 싶어 별 생각 없이 출발한 남해안 여행길. 국내여행은 매번 그랬지만 이번에도 별일 있을까 싶은 마음으로 출발했다. 꼭 어느 곳에 자리 잡고 쉴 목적이 아니면 예약을 하지 않고 떠나는 편인데 이번에는 그 어설픈 준비 때문에 엄청난 시간 낭비를 겪게 되었다.

인기 여행지로 떠오른 외도를 너무 만만히 본 탓이었다. 가장 큰 목적지가 외도였던 지라 서울에서 출발해 외도로 먼저 향했는데 길이 막혀 한낮이 되어서야 선착장 근처에 도착을 하고 말았다. 당연히 외도로 들어가는 표는 없고 선착장이 있는 도로에 꼼짝도 못하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거가대교 개통 때문에 외도 구경은 더 어려워진 듯 보였다.

어쩔 수 없으니 거제 해금강에 자리한 바람의 언덕으로 걸음을 옮겼다.







외도로 가는 배가 있는 도장포 선착장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다.

바람의 언덕은 도장포 마을에 있는 민둥산이나 높이가 워낙 낮고 돌과 잔디로 덮여있어 나지막한 언덕에 가까운 모양을 하고 있는 곳이다. 드라마 <이브의 화원>과 <회전목마>에 등장하면서 알려졌으며 관광객들이 많이 찾으면서 자연스레 바람의 언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결정적인 계기는 역시 1박 2일의 영향이 컸다.



바람의 언덕에서 내려다 본 바다.

바다를 마주한 곳에 솟아 있는 언덕이니 바라를 바라 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위치이니 사람들의 발길이 많은 것 또한 당연한 듯 보였다. 바다를 구경하러 온 건지 사람을 구경하러 온 건지 좁은 언덕에 사람들이 가득 서 있었다. 언덕 위로 올라가는 풍차 앞도 사람들로 붐비기는 마찬가지. 풍차 앞에서 멋진 사진이라도 한 장 찍으려면 여러 사람 불편을 끼쳐야 했다.




언덕의 경사진 면에서 풀을 뜯던 염소.

오히려 풍차 뒤편의 잔디밭 쪽이 느긋하게 바닷바람을 즐기기 좋은 장소였다. 별다른 안전장치가 없어 아이가 마구 뛰어다니기 놔둘 수는 없었지만 언덕 경사면에 자리한 염소들을 보고 있으면 한결 여유가 느껴지는 곳이어서 눈이 즐거워졌다.

돌아 나온 길은 동백나무 숲. 바람의 언덕 뒤에 자리한 숲은 사람들이 많이 걸어 다니는 곳임에도 빽빽하게 나무들이 들어서 햇볕을 완전히 가렸다. 뭐랄까. 바람이 많이 부는 지형적인 영향을 덜 받기 위해 나무들끼리 뭉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서로가 포근하게 감싸주는 모습 말이다.

동백나무 숲을 나와 바람의 언덕 반대편에 자리하고 있는 신선대로 향했다.


바람의 언덕과 도장포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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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느릿느릿느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