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오세아니아2012. 3. 27. 07:00

블루 펭귄이 지나다녀요.

뉴질랜드 남섬 여행에서 빼놓으면 아쉬운 게 펭귄 구경이다. 주로 더니든의 오타고 반도를 중심으로 펭귄을 볼 수 있는 투어가 밀집되어 있는데, 일정 상 더니든 주변에 머무를 수 없어 더니든 대신 오아마루의 블루 펭귄 콜로니에서 펭귄 투어를 하기로 했다.

블루 펭귄 콜로니는 말 그대로 블루 펭귄만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블루펭귄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종류의 펭귄으로 뉴질랜드와 호주 남부의 연안에서만 볼 수 있다. 다 자랐을 때 키가 겨우 25cm, 몸무게 1Kg 전후이니 무척 작은 펭귄이다.

낮시간엔 펭귄이 거주하는 곳을 둘러 볼 수 있는 투어가 있고 밤엔 낮동안 바다에서 놀던 블루 펭귄이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관람석에 앉아 볼 수 코스가 있는데, 펭귄을 보고자 하는 목적이었으니 후자를 선택했다. 펭귄 보는 것치고는 무척 비싼 25불.


블루 펭귄 콜로니로 들어가는 출입구.

시간 맞춰 도착한 것도 아니었으니 아직까지 차가운 봄바람을 맞으면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좋은 자리에 앉아 보고 싶은 마음에 서두른 탓인데 어느 자리에서나 큰 차이는 없어 보였다.

해가 저물고 어둠이 어느 정도 깔린 다음 바다를 헤엄쳐서 집으로 돌아오는 블루 펭귄들을 볼 수 있었다. 바위를 타고 올라오다 사람들 시선을 의식했는지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는 펭귄부터 방향을 제대로 못찾고 갸우뚱 거리는 펭귄에 곧장 집으로 달려 들어가는 펭귄까지 떼라고 표현할만큼 많은 수의 펭귄들이 관람석 앞을 지나쳐 집으로 들어갔다. 꼭 만 2살쯤 된 어린이집 아이들이 밖에 놀러 나왔다가 어린이집으로 몰려 들어가는 모습 같다.


안타깝게도 이 곳에서는 사진을 절대 못찍게 했다. 펭귄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스트레스를 받는 다는 게 1차적인 이유이고 혹시라도 플레쉬를 터뜨리면 야행성인 펭귄 눈에 치명적인 이유도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진 촬영을 엄격하게 감시하고 있어 몰래 찍는 일도 사실 불가능하다. 정상적인 노출로 찍기도 어려우니 아예 포기하는 게 펭귄이나 관람객이나 맘 편하다.


블루 펭귄 콜로니 진입로.

그렇게 펭귄들의 귀가 모습을 머리 속에 담아 두고 차를 타고 출발하려는 찰나, 구역 밖으로 돌아다니는 펭귄 무리를 볼 수 있었다. 들어오던 길에 보았던 펭귄횡단 표지판이 괜히 서 있는 게 아니었다. 정말 표지판이 없다면 펭귄을 칠 수도 있는 위치에 펭귄들이 집으로 돌아가려고 헤매고 있었다. 방향을 잘못 잡아 이쪽으로 온 건지 이 무리 펭귄의 집이 이쪽인지는 모를 일이지만. 

가까이서 펭귄을 봤더니 사진을 찍고 싶은 충동을 버릴 수 없었다. 그렇게 구석에 자리하고 조용히 찍은 한 컷. 지금 와서 다시 돌이켜보니 귀가는 잘했을까 걱정이 된다. 그냥 조용히 가던 길을 보내줬어야 했는데 놀랐으려나.

도로를 가로 질러 집으로 귀가하는 블루 펭귄을 숨어서 한 컷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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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느릿느릿느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