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오세아니아2012. 3. 28. 08:00


오아마루 템스 스트리트.

 

오아마루는 오타고 지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지만 도시라고 부리기 뭐한 작은 소도시다. 블루 펭귄이 아니라면 캠퍼밴 여행자가 일부러 볼거리를 찾아서 들릴만한 곳은 아닌 정도로 그냥 지나치기 쉬운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오아마루가 유명한 이유라면 뉴질랜드에서 오래된 건물이 가장 잘 보존된 도시이기 때문이다. 오아마루가 질 좋은 석회암이 생산되는 지역이다 보니, 대부분의 건물이 100년이 넘었음에도 금방 지은 것처럼 외부가 깨끗하게 보이는 특징이 있다. “오아마루 스톤”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 돌들은 지금도 뉴질랜드 공공기관 건물을 지을 때 많이 사용된다고 한다.

 

 

 

 

 

큼직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i-Site에서 지도 한 장을 얻었다. 오아마루에서 구경할만한 곳은 i-Site 앞 도로인 탬스 스트리트를 따라 오아마루 정원을 둘러보는 코스지만 시간에 여유가 있다고 오아마루 퍼블릭 가든부터 하버 스트리트까지 죽 둘러볼 생각으로 걷기 시작했다.

 

 

 

 

 

거리의 건물들은 알려진 것처럼 고풍스러움이 느껴졌다. 골목에 서 있으면 꼭 오래된 도시에 홀로 떨어져 있는 상상이 펼쳐질 만했다.

 

퍼블릭 가든 쪽은 지도 상의 거리로 봤을 때 그다지 멀어 보이지 않았는데 뚜렷한 흥미를 못 느껴서인지 걷는 재미가 별로 없었다. 오히려 기차 하나 안 지나갈 것 같던 철길로 기차가 다가오길래 빨리 뛰어 기차 구경을 할 수 있었다. 뉴질랜드에서 움직이는 기차 보는 일이 쉽지 않으니.

 

 

 

 

 

퍼블릭 가든을 대충 둘러보고 다시 내려와 하버사이드 역까지 내려오니 오아마루 헤리티지 라디오 방송국이 보였다. 열린 문으로 보이는 방송국 안에 골동품점에서나 볼 듯한 라디오들이 잔뜩 보여 살짝 안으로 들어섰다. 할아버지 세 분이 방송 준비를 하고 있는지 인기척을 느끼면서도 크게 신경 쓰질 않았다. 오래된 도시에 어울리는 풍경이랄까.

 

 

 

 

하버 스트리트에 들어서니 그나마 드문드문 보이던 인기척조차 느낄 수 없었다. 간판이 걸려 있어 사용하는 건물인 듯 보이는데도 대부분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100년전 뉴질랜드 마을의 세트장이라고 해도 될 만큼 조용했다. 문을 연 몇 개의 상점들이 없었다면 버려진 거리를 보는 듯한 모습.

 

 

 

 

 

 

 

 

 

가게를 연 상점들에도 손님은 전혀 없었다. 가게를 지키는 주인들이 자리했지만 무언가를 팔겠다는 것보단 그냥 시간을 즐기는 사람들 같았다.

 

눈길을 끄는 상점들은 여행객들 상대로 수공예품을 파는 곳들이었다. 그 자리에서 직접 만들어 파는 것들이라 둘러보다 세트로 된 컵 받침을 구입했다. 작업하는 아저씨가 무척 좋아했는데 팔아서 좋은 건지 사람들이 찾아서 좋은 건지 오묘한 반응이었다. 사진 한 장 찍겠다고 하니 바로 포즈를 취해 주셨다.

 

사람이 안 쓰는 건물은 금새 티가 나기 마련인데 벌이가 안될 것 같은 도시에서 상점을 지키는 사람이라도 있으니 오아마루의 오래된 건물이 유지되는 게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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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느릿느릿느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