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오세아니아2012. 3. 29. 08:00
동글동글 공 모양으로 생긴 모습이 특징.

어릴 때 기억이 많이 남아있지는 않은데 유독 선명하게 지워지지 않는 기억이 하나 있다. 시기가 정확하게 언제쯤인지는 모르나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이었을 걸로 추측된다. 가족들이 다 있는 집에서 낮잠이 들었는데 일어나보니 집에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이다. 어차피 집이니 시간이 지나면 가족들은 들어오겠지만 딴에는 그게 무척 서러웠던 것 같다.

그 때문일까.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신경을 쓰는 게 아이 혼자 집에 두지 않겠다는 거다. 어떤 이유로든 그걸 지켰는데 모에라키에서 잠깐 잊었었나 보다. 아니, 방심했다.

모에라키에 도착했을 무렵 아이는 깊은 낮잠에 빠져 있었다. 잠든 지 얼마 되지 않아 깨려면 한참을 기다려야 할 것만 같았다. 주차장에서 해변의 모에라키 볼더까지의 거리는 길어봐야 3분 이내. 대충 계산을 해보니 10분이면 충분히 사진 찍고 둘러보고 올 수 있는 시간이었다. 게다가 볼거리는 딱 하나 뿐이니 아이가 깨더라도 별다른 흥미를 느낄만한 곳은 아닌 듯했다. 잠깐의 고민 끝에 캠퍼밴에서 깊게 잠든 아이를 두고 모에라키 볼더로 갔다.


코에코헤 해변으로 내려 가는 길.

정신 없이 사진을 찍고 혹시나 싶어 먼저 캠퍼밴으로 돌아왔는데 그새 잠이 깼는지 울음 소리가 차 밖으로 들렸다. 캠퍼밴 뒷문을 열고 아빠 얼굴을 보여줬는데도 울음을 쉽사리 멈추지 않았다. 한참을 울었는지 꺼이 꺼이 넘어가는 울음소리만을 계속 내고 있었다.

아마도 엄마, 아빠가 차를 비우자마자 눈치를 채고 잠이 깨어났던 것 같았다. 굴러가던 캠퍼밴도 멈추고 대화 소리도 들리지 않았으니. 그렇게 잠이 깨고 한참 동안 차 안에서 엄마, 아빠를 찾았을 아이를 생각하니 어찌나 미안하던지.

새삼 어릴 때 기억이 떠올랐다. 그리고 절대, 어느 순간에도, 아이를 재워둔 채로 놔두지 않기로 했다. 당연히 있을 것 같은 가족이 없다는 옆에 없다는 건 아이에게 큰 충격일 테니.







해변 한쪽에 동들이 모여 있다.

모에라키 볼더는 모에라키의 코에코헤 해변에 있는 공 모양의 암석을 말한다. 약 6,500만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모양이 사람 손으로 손질한 것처럼 동글동글한 것이 특징이다. 지름이 50cm부터 2m가 넘는 것까지 있으며 각각의 무게도 수톤에 이를 만큼 무겁다.




파도에 으스러져 가는 바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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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느릿느릿느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