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오세아니아2012. 4. 2. 08:00
양떼들과 가깝게 마주했던 어느 농장.

오아마루를 출발, 캠퍼밴 여행의 종착지인 크라이스트 처치로 향했다. 정말 여행의 끝이 눈 앞에 보이는 것 같아 아쉬움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상태. 하지만 이 구간은 쉬지 않고 3시간 반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으니 걸음을 서둘렀다.

오아마루에서 먹지 못한 점심은 가다가 멋진 풍경을 만나거나 피크닉 에리어가 보이면 차를 세워두고 먹을 생각이었는데 1번 도로에선 쉽지 않은 일. 도로를 따라 드문드문 보이는 피크닉 에리어는 도로 바로 옆이라 조용히 식사할만한 공간은 아닌 듯 했고 기대하고 있던 풍경조차 나타나질 않았다.

유채꽃 사이에 있던 농장.

그렇게 식사 장소를 찾다 마주한 곳은 유채꽃이 끝이 안보일 정도로 펼쳐진 농장. 한쪽에는 양들이 풀을 뜯고 있어 한적한 풍경이었는데 꼭 남의 농장 안에 들어와 있는 것처럼 불편하게 느껴졌다. 이렇게 장소를 가려가다 보니 점심은 커녕 아예 저녁식사가 될 것만 같은 예감마저 들었다.



노란색 유채꽃이 한가득.

그러다 티마루에 이르기 전 오른쪽으로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장소를 발견했다. 일단 길을 벗어나 안쪽에서 찾아보자고 들어간 곳이 어느 마을의 끝이었다. 정확한 위치는 세인트 앤드류스 역을 지나자마자 있는 브레던 스트리트.

다행히도 브레던 스트리트의 끝엔 피크닉 에리어라고 적히진 않았지만 캠퍼밴이 주차할 수 있는 공간과 테이블이 놓여 있어 이 곳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경사가 어느 정도 있는 위치인데다 바다 쪽이 펜스로 가려져 뛰어난 전망은 아니었지만 더 이상 가더라도 이만한 공간을 찾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그나마 평화로운 풍경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는데 위안을 삼을만 한 장소였다.



시골 마을 도로의 끝, 바다가 내려 보이는 곳에서 점심식사.

식사를 끝내고 혼자 바다로 내려갔다. 펜스가 가려져 있지만 마을 사람들이 종종 다니는 곳인지 넘어갈 수 있는 곳이 있었고 펜스를 넘어 몇 걸음 더 가니 바다로 내려갈 수 있게 계단처럼 홈을 파두었다. 물론 경사는 만만찮았다. 위에서 뛰어 내린다는 표현이 맞는 높이.



남과 북, 어딜봐도 인적이 안보이던 바다.

내려서 본 바다는 조그만 돌들이 가득 했고 그 앞으로는 끝없는 바다가 펼쳐진 곳이었다. 파도 소리 외에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평온 그 자체. 해변의 북쪽 끝에서 남쪽 끝까지 둘러봐도 인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아까운 풍경의 바다인데 이렇게 버려져 있을 수도 있다니... 역시 뉴질랜드다.

세상에서 동떨어진 바닷가라고 할까. 혼자 있으니 무척 쓸쓸했다.

못올라갈뻔 했던 절벽(?).

캠퍼밴을 세워둔 곳으로 다시 올라가는 길은 힘들었다. 모래 바닥이 미끄러워 못올라가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몇 번의 시도 끝에 경우 올라갈 수 있었다.

다시 크라이스트 처치로 다시 출발했다. 이제 식사도 마쳤으니 좋은 자리를 찾기 위해 눈을 굴리지 않아도 됐다. 더 이상 좋은 자리도 없었으니 괜찮은 휴식이었다.



크라이스트 처치에 도착. 저녁 장보기.

태어난 이후에 가장 많이 울었던 날, 표정만 봐도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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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느릿느릿느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