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2010. 2. 22. 12:07
리치먼드의 남북전쟁센터.

윌리엄스버그를 벗어나 마이애미로 가는 길은 긴 여정이었다. 버지니아 주의 주도인 리치먼드로 이동해 리치먼드 공항에서 비행기를 탄 다음, 애틀란타를 경우, 마이애미까지 가는 코스였다. 조금 번거롭긴 해도 시골인 윌리엄스버그에서 마이애미까지 가장 빠른 이동 방법이었다. 그래도 아침에 출발하면 저녁식사 전에는 마이애미 해변에 도착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가지고 출발 했다.

예정된 계획대로 아침 일찍 윌리엄스버그를 나왔다. 이왕 리치먼드를 지나가야 하는 것이라면 리치먼드 관광지 하나 정도는 보고 싶었기 때문에 조금 더 서두르게 되었다. 막상 리치먼드에 도착을 하니 비가 내렸고 갈 만한 곳은 문을 열기 전 시간이라 움직일 만한 곳이 없었다. 인포메이션 센터의 도움을 받아 가게 된 곳이 남북전쟁 센터였다.

리치먼드는 남북전쟁 당시 수도가 있던 곳이라 역사적인 건물이 많이 남아있지만 남북전쟁 센터는 그다지 볼만한 곳이 없었다. 잠깐 내려 오랜된 건물들만 살짝 구경을 하고 리치먼드 공항으로 향했다.

한때 철공소였던 곳을 개조했다.

돌아다니면 오랜 흔적이 느껴진다.

날씨 때문에 썰렁하다.

아직도 건물들은 사용 중.

일정이 틀어지게 된 일은 리치먼드 공항에서 일이 났다. 타고 가야 할 항공기가 지연되어 출발시간에 맞춰 도착하지 않았던 것이다. 애틀란타 공항에서의 환승시간이 대략 1시간 정도 여유가 있었으나 그 이상 늦어지게 되면 환승까지 틀어지게 되어 환승 미아로 전락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리치먼드 공항에서 1시간 반 가량을 늦게 출발하게 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여유가 있었다. 원래 환승하려던 항공편은 가고 없겠지만 다음 편을 타면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애틀란타에 도착했다. 당연히 원래 타려던 항공편은 이미 출발한 다음.

항공사 서비스 카운터로 가서 대체 항공편을 물어보려고 줄을 섰는데 이 줄도 만만찮게 길었다. 멍하니 1시간을 기다린 끝에 직원과 얘기를 했더니 그날 출발하는 마이애미 편은 모두 만석이니 다음날 첫 항공편의 퍼스트클래스를 주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날 마이애미 호텔도 예약해둔데다 가방도 이미 수화물로 보내 애틀란타에 있어봐야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이었다. 다른 곳을 경유해서라도 보내 달라고 얘기했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며 호텔을 잡아 주고 세면도구 세트를 꺼내주었다. 그렇게 애틀란타에서 환승 미아가 되었다.

공항에서 놀란 것 하나는 아무도 이런 상황에 대해 불만을 과격하게 표시하거나 흥분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들 일정이 엉망이 되고 언제갈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인데도 1시간이 넘게 얌전히 줄을 서고 항공권은 주는 대로 대부분 받아갔다는 사실이다. 미국 공항에서 이게 흔한 일이라서 그런 것인지 몰라도 짧은 일정의 여행객에게는 엄청나게 불편한 일로 느껴지는데 말이다.

호텔 숙박권과 다음날 마이애미로 가는 퍼스트클래스 티켓, 세면도구 세트를 들고 호텔로 들어갔다. 이때가 오후 3시. 빨리 포기했으면 애틀란타 시내 구경이라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허탈한 기분 때문이었는지 호텔 들어갈 생각 뿐이었다.

호텔에서 정신을 차리고 다시 나섰더니 휑한 주변 풍경에 할 말을 잃었다. 맥도날드 건물 하나만 길 건너에 있었는데 교차로에 차들이 많은 반면 걸어 다니는 사람은 전혀 없어 도저히 걸어서 갈 수 없는 곳처럼 보였다. 호텔이 아니라 섬 같은 기분이랄까. 저녁식사는 어쩔 수 없이 호텔에서 도미노피자를 시켜 먹어야 했으니 아마 잊지 못할 경험 아닌가 싶다.

도미노 피자박스가 예쁘다.

호텔에서 도미노피자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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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느릿느릿느릿